15일 오후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환율은 14.0원 오른 1326.1원에 마감했다. 연합뉴스
외환시장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의 가중평균 대비 달러의 가치를 산출한 달러 인덱스는 올해만 15%, 1년 전에 비해서는 약 20%나 올랐다. 가히 ‘슈퍼 달러’ 시대다. 달러 가치의 상승에 기여한 통화는 유로와 일본 엔화다. 올해 들어서만 달러 대비 유로는 12%, 엔화는 20% 떨어져 ‘킹 달러’를 도왔다. 원화 가치도 연초 대비 12% 하락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금의 달러 강세는 세계 유동성의 급격한 위축과 위험자산을 일단 피하려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심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특히 이번주는 외환시장에 중요한 이벤트들이 몰려 있다. 일단 달러 가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유로가 시험대에 오른다.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재개 여부가 오는 22일 전후로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러시아 국영기업 가즈프롬이 천연가스를 유럽에 정상 공급한다면 유로는 일단 안도의 숨을 쉴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다시 몽니를 부리고 이를 무기로 삼는다면 유로는 또다시 흔들릴 것이다.
21일(현지시각)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이사회가 예정돼 있다. 11년 만의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 같은 날 일본중앙은행(BOJ) 정책회의도 있다. 선진국 중 유일하게 기준금리를 건드리지 않고 있는 일본이 이번에도 ‘제로 금리’를 고수한다면 엔화는 돌아서기 어렵다. 유로와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원화 가치도 덩달아 추가 하락할 위험이 있다.
물론 환율이 오직 에너지나 특정 국가의 금융정책에만 의존해 움직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국이 시국인 만큼 이들 영향력이 돋보인다. 당면한 이런 문제들이 잘 풀린다 해도 달러가 꺾이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아무래도 선진국 중에서 유럽 경제가 가장 약하고 금리 인상 폭도 작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도 상대적으로 물가가 낮아 긴축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신흥국 통화 가치가 강세를 띠려면 이들 경제가 회복되고 무역수지 또한 개선돼야 하는데, 여전히 높은 물가와 교역 위축은 신흥국 환율에 부정적인 환경이다.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은 아무래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이 멈춰야 해소될 듯하다. 세계에 달러가 제대로 돌고 외국인이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는 시기는 각국의 금리 인상이 멈추고 경기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 때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우량주식을 저가에 조심스레 매수하는 건 좋지만 비중을 제한하고, 경기민감주보다는 가치 매력이 있는 방어주나 안정성장주에 국한하는 게 좋겠다. 이미 주식이 많은 투자자라면 다음 순환국면에서 증시를 이끌 저평가 우량 성장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나가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3프로TV> 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