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은 지금 세계 경제와 자산 시장에서 공포의 대상이자 공공의 적이 됐다. 문제는 이 높은 물가와 각국의 통화 긴축이 앞으로 경기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점이다. 유가나 곡물 가격, 공급망 문제 등 중앙은행이 감당하기 어려운 인플레이션 요인들도 아직 널려 있다. 지금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점과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연방준비제도(연준)를 비롯한 많은 중앙은행들은 일단 금리를 서둘러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연준이 중국의 봉쇄나 러시아 전쟁을 막을 순 없지만 풀린 돈을 주워 담는 일은 자신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간 선거가 있는 오는 11월까지 연준은 최소한 경기에 중립적인 2.5%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다. 이 기간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용케 잘 버텨준다면 주가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설혹 경기가 조금 흔들린다 해도 장기 평균 성장 추세를 크게 이탈하지만 않는다면 주가는 최소한 박스권에 머물 수 있다.
둘째, 다행인 점은 국내외 증시가 이미 인플레이션의 충격을 일부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52주 고점에서 나스닥 지수는 3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코스피는 20%나 떨어진 데다 주가수익비율(PER)도 고점 대비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경기와 인플레이션의 줄다리기는 좀 더 이어질 것이다. 특히 고물가에 따른 기업 이윤의 훼손은 기업마다 편차가 커 당분간 주가 차별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가격을 전가할 능력이 있는 소수 기업만이 현재 주가를 지켜내거나 올릴 수 있다.
셋째,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기의 내성은 국가별로도 차이가 클 것이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독일 등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크고 제조업 비중도 높아 인플레이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따라서 이들 국가는 당분간 다른 나라보다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고 환율도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세계가 모두 하나로 연결된 요즘, 아시아와 유로존이 삐걱대면 미국도 부담이 커지긴 마찬가지다.
넷째, 2011년이나 2018년처럼 인플레이션이 불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증시는 크게 문제될 게 없다. 반면 2000년 닷컴버블 직후나 2007~2009년처럼 인플레이션이 경기 침체를 야기한다면 주가의 추가 조정은 불가피하다. 사실 지금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0년 이후 22년간 평균(2.3%)보다 4배 가까이 높다. 이 정도 물가에 경기 침체가 오지 않은 경우는 역사적으로 단 한 번도 없었다. 다만 지금 증시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경기 불황이 언제 올지에 관한 것이다. 현재로선 이번 분기를 지나봐야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금리를 0.5%포인트씩 두 번 더 올리는 6월과 7월을 지나면서 여름쯤 향후 경기의 실체가 드러날 것 같다.
<3프로TV> 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