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부동산

월 65만원 74㎡ 30년 임대…기본주택, 무주택자 희망 될까

등록 2021-03-11 20:02수정 2021-03-12 12:45

경기도 “3기 새도시 중 하남·안산·과천·용인 1만3천호
소득·자산·나이 안 따지고 무주택자 누구나에게”

기본주택 법적 근거 명시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 발의
현실 가능성 의문이던 전문가들도 “성공 가능성 높다”

최근 무주택자면 누구나 입주할 수 있는 장기임대주택인 ‘기본주택’의 법적 근거를 명시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관심을 끌고 있다. 기본주택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정책 구상인 기본소득, 기본대출과 함께 ‘기본 시리즈’의 한 축을 이루는 것으로, 지난해 7월 경기도 산하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수도권 3기 새도시를 중심으로 공급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새로운 유형의 공공임대주택이다. 소득과 자산 등 까다로운 입주자격 제한을 두지 않아 중산층도 입주할 수 있고, 수요자의 소득수준에 따라 부담 가능한 임대료를 지불하면서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기본주택은 30년 이상 임대하는 ‘장기임대형’과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주택)만 입주자에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분양형’으로 나뉜다.

업계에서는 최근 한국주택학회 등 학계의 연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입법화에 나서면서, 기본주택 공급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 정부가 최근 공공임대 유형통합과 중형임대 도입 등을 뼈대로 한 ‘질 좋은 평생주택’ 개념으로 공공임대의 질적 변화를 꾀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기본주택의 도입 타당성, 지속 가능성 등에 대한 논쟁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 시동 걸린 기본주택 법제화 논의

지난달 25일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은 무주택자의 보편적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기본주택 장기임대형을 도입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개정안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주택도시공사 등의 공공주택사업자가 기존 공공임대주택 공급 외에도 소득이나 자산, 나이에 상관없이 무주택자면 누구나 3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기본주택 장기임대형’을 공급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또 공공주택지구에서 공공주택 건설 비율을 50%에서 60%로 높이고, 중앙정부·주택도시기금·공공주택사업자 등이 출자해 만든 장기임대비축 리츠(부동산투자회사)가 공공임대주택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의원은 “기본주택 장기임대형이 도입되면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30년 이상 안정적으로 거주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취약계층 복지 차원에서 제공됐던 공공임대주택 정책이 보편적 주거서비스로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주택은 보편적 주거서비스 확대라는 취지에 따라 무주택자 일반에게 입주 기회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기존 공공임대가 주택 유형에 따라 무주택자 가운데서도 소득, 자산, 나이(신혼부부, 청년 등) 제한을 엄격하게 두고 있는 데 반해 기본주택은 입주를 원하는 중산층도 부담 없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다양한 소득 계층이 한 공동주택 단지에 어울려 사는 이른바 ‘소셜믹스’를 지향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서도 임대기간은 최소 30년 이상 장기로 설정해, 중산층도 입주할 수 있지만 임대기간이 8년으로 짧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과는 차별화했다.

한겨레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한겨레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임대료 수준은 현재 행복주택·국민임대주택(시세의 60~80%)과 중산층도 입주하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시세의 90~95%)의 중간 수준이다. 가구원 수별 중위소득의 20% 이내에서 월 임대료를 책정하고 임대보증금은 월 임대료의 50배(1~2명)~100배(3명 이상)로 공공사업자의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책정한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4인 가구가 전용면적 74㎡ 기본주택에 입주한 경우에는 4인 가구 중위소득인 487만6290원(2020년 기준)의 20%인 97만5258원이 월 임대료의 한도가 된다. 최근 지규현 한양사이버대학교 교수(디지털건축도시공학과)가 ‘지속 가능한 기본주택 사업구조와 정부의 역할’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분석한 기본주택 임대료 수준을 보면, 3기 새도시 역세권 등 A급지에서 공급하는 전용면적 74㎡의 실질 임대료는 월 69만원선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4인 가구 중위소득의 20%(97만5258만원)보다 28만8천원가량 낮은 금액으로, 입주자가 충분히 지불가능한 임대료 수준이라는 게 지 교수의 분석이다.

■ 국토부는 평생주택 공급 확대에 방점

경기도는 법제화 이전이지만 벌써 기본주택 공급 구상을 가다듬고 있다. 3기 새도시 예정지 가운데 경기주택도시공사가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는 하남 교산지구(3만2천호·공사 지분 30%)를 비롯해 안산 장상(1만3천호·20%), 과천(7천호·45%)과 더불어 용인 플랫폼시티(1만1천가구·100%) 등에 기본주택을 우선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역세권을 중심으로 공사 지분의 50% 이상을 기본주택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으로, 이들 지구에서 공사 쪽 지분을 고려하면 경기도 기본주택은 최소 1만3천호가량으로 추산된다. 최근에는 경기 광교 새도시에 기본주택 홍보관을 열고 도민을 대상으로 기본주택 취지와 공급계획 등 정책 홍보에도 나섰다.

그러나 기본주택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경기도가 지난해 기본주택 구상을 밝히면서 역세권 등 핵심지역에 임대주택 용지 공급 및 용적률 500% 상향, 주택도시기금 융자 이율 1%로 인하 등을 중앙정부에 요청한 것은 이런 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기본주택 유형을 신설하는 것은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만으로도 가능하지만, 기본주택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대량으로 공급되기 위해서는 주택도시기금 저리 지원, 장기임대비축리츠의 기본주택 보유 등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기본주택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지만 올해부터 정부가 본격 추진하기로 한 통합형 공공임대인 ‘질 좋은 평생주택’에 방점을 두면서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정부가 지난해 ‘11·19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 방안’에서 밝힌 평생주택은 입주계층이 차별화된 기존 공공임대를 유형통합하는 한편 입주자 소득 제한은 중위소득의 150%(4인 가구 기준 월 712만원) 이하로 확대해 일부 중산층한테도 개방한 게 특징이다. 또 기존 전용면적 60~85㎡ 중형임대를 2025년까지 6만3천호를 짓기로 했으며, 2025년 이후에도 연간 2만호씩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주거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가구원 수별로 입주 가능한 주택 면적을 늘리기로 한 것도 달라진 점이다. 2인 가구도 방 2~3개인 전용면적 51~60㎡ 규모에 입주가 가능하며, 3~4인 가구는 61~85㎡ 규모를 선택할 수 있다. 평생주택 가운데 중형임대주택은 일부 중산층의 입주가 허용된다는 점에서 기본주택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셈이다.

■ 보편적 주거서비스 공감대 확산될까?

지난해 경기도의 기본주택 공급계획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학계나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다수의 전문가들도 “서민들을 위한 공공임대 확충이 더 필요한 실정에서 고소득 계층이 입주하는 주택에까지 정부가 지원을 늘리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평가한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후 정부가 질 좋은 평생주택으로 공공임대의 질적 확장을 꾀하기로 했고 기본주택의 법제화까지 논의되는 상황에 이르면서, 평생주택이든 기본주택이든 집을 소유하지 않고도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무주택자를 위한 보편적인 주거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조금씩 공감을 얻어가는 분위기다. 특히 국내 공공임대주택 재고량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치인 8%에 가까워지면서 이제는 ‘양적 확대’보다 ‘질적 수준 향상’으로 임대주택 정책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진유 경기대 교수(도시·교통공학부)는 “다양한 계층이 오랫동안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소셜믹스 구현 등 보편적 주거서비스 확대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일부 고소득자를 제외한 무주택자면 누구나 장기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된 기본주택은 정부의 결단만 있다면 지속가능한 모델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세 번째 ‘1유로=1달러’ 오나? 지칠 줄 모르는 달러 강세 1.

세 번째 ‘1유로=1달러’ 오나? 지칠 줄 모르는 달러 강세

블랙박스서 ‘사라진 4분’…참사 항공기 보조배터리도 없었다 2.

블랙박스서 ‘사라진 4분’…참사 항공기 보조배터리도 없었다

50대 이상 자영업자 빚 740조…절반이 다중채무자 3.

50대 이상 자영업자 빚 740조…절반이 다중채무자

지난해 ‘소비절벽’ 21년 만 최악…차·옷·먹거리 전방위 감소 4.

지난해 ‘소비절벽’ 21년 만 최악…차·옷·먹거리 전방위 감소

빗썸, 입출금 제휴 NH농협은행서 KB국민은행으로 변경 5.

빗썸, 입출금 제휴 NH농협은행서 KB국민은행으로 변경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