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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현장에서] ‘부동산거래분석원’ 유례없다고? 진짜 유례없는 건…

등록 2020-09-03 21:13수정 2020-09-04 02:31

한국, 다른 나라와 다른 독특한 부동산시장
외국과 달리 비거주주택 자산 비중 높아
사고파는 매매거래 회전율도 일본 10배
서울 강남 아파트 일대. 연합뉴스
서울 강남 아파트 일대. 연합뉴스

정부가 추진 중인 부동산거래분석원에 대해 일각에서 ‘해외 유사 사례가 없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부동산 시장 자체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별종’인 탓에 부동산거래분석원이라는 특수 조직이 설치됐다고 볼 수 있다.

가계 자산 중 금융자산 비중이 높은 외국과 달리 한국은 부동산 자산 비중이 70~80%에 이른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한가지 더 있다. 지난 3월 <부동산학연구>에 실린 ‘주택 구입과 임차에 대한 선택이 가계 자산포트폴리오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논문의 ‘국가별 가계자산 구성’ 통계를 보면, 거주주택 자산 비중은 한국이 39.3%로 미국(40.6%), 영국(34.6%), 오스트레일리아(호주·42.5%) 등 영미권 국가와 유사한 수준이고 동아시아 국가인 일본(58.8%), 중국(73.9%)보다는 오히려 낮았다.

반면 한국은 실거주하지 않는 비거주주택 부동산 자산 비중이 30.5%로 미국(3.2%), 영국(2.8%)의 10배 수준이고 호주(7.9%), 일본(11.4%), 중국(7.7%)보다도 압도적으로 높다. 논문은 “거주주택 자산은 국내외 연구에서 가계 포트폴리오의 주택 자산 최적값으로 제시한 50%보다도 낮은 수치”라며 “한국의 가계는 부동산을 자가를 위한 소비재뿐만 아니라 투자재로 인식하는 정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라고 분석했다.

‘주택 구입과 임차에 대한 선택이 가계 자산포트폴리오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부동산학연구, 2020년 3월.
‘주택 구입과 임차에 대한 선택이 가계 자산포트폴리오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부동산학연구, 2020년 3월.

한국에서 주택이 집이 아니라 ‘투자상품’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또다른 통계가 주택매매거래 회전율이다. 재고주택 대비 주택거래량으로 산출하는 회전율은 단순히 거래량만으로는 알 수 없는 거래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한국의 거래세 비중이 높다는 언론 보도들과 관련해 정부가 낸 자료를 보면, 한국의 주택매매거래 회전율은 5.5%로 미국(4.5%), 영국(3.6%)보다 높고, 일본(0.6%)에 견줘서는 10배 수준이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2018년 서울의 회전율은 6.1%였다. 한국감정원 시장분석연구부 관계자는 “우리는 전세제도, 부동산 전매 제도, 집단대출 제도 등 주택에서 자본이득을 발생시키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제도들이 있다”고 말했다.

감정평가 없이 사고팔기 좋은 표준화된 주택인 아파트가 전체 주택의 60%를 넘고, 마치 상품 소개 하듯 언론이 특정 아파트 이름을 거론하며 시세를 중계하는 곳도 한국뿐이다. 이런 독특한 부동산 시장 환경 탓에 부동산 불법행위를 감독하는 기구가 만들어진 것이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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