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 급락’ 매물 속속 나와
6월 양도세 중과 면제 일몰에
여당 총선 압승·대출 규제 겹쳐
잠실주공5단지 5억 하락 매물도
15억 이하·비강남권은 온도 차
‘노·도·강’ 작년 말보다 되레 올라
목동 신시가지는 가격차 별로 없어
전문가 “하락장 아닌 조정 국면”
6월 양도세 중과 면제 일몰에
여당 총선 압승·대출 규제 겹쳐
잠실주공5단지 5억 하락 매물도
15억 이하·비강남권은 온도 차
‘노·도·강’ 작년 말보다 되레 올라
목동 신시가지는 가격차 별로 없어
전문가 “하락장 아닌 조정 국면”
지난 27일 오후 서울 강남권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송파구 잠실주공아파트 5단지를 찾았을 때, 부동산중개업소가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 상가 1층은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중개업소에는 중개사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12월 최고 실거래가(24억원)에 견주면 크게 내린 19억원대 매물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호가 급락’ 상황에는 어울리지 않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호가는 내리는데 매수자의 발길이 뜸한 것은 잠실주공 5단지 인근 고가 아파트 리센츠도 마찬가지였다. 이 아파트 상가 1층에 자리잡은 20여곳의 공인중개사사무소 외벽에는 ‘찬스급매’ ‘급매물’ ‘전세 많이 안고 매매’라는 매물 안내를 볼 수 있었지만, 상담을 하는 중개업소는 없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시세 조사를 위해 회원 중개업소들을 모니터하면, 단기에 폭등했던 가격이 조정이 돼 나오고 있다”며 “잠실주공 5단지를 비롯해 투자수요가 집중되는 재건축 단지는 대출 규제나 자금 출처 조사 등 규제가 겹치면서 매수자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투자수요가 집중됐던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양도세 절세 매물’과 ‘총선 실망 매물’이 등장하면서 아파트값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면제 기한 내 팔기 위한 절세 매물이 해소되기도 전에 여당이 압승한 총선 결과를 보고 내놓는 실망 매물이 추가되면서 호가가 더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16 대책(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통해 서울 25개구를 포함한 조정대상지역에서 집을 2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매매 차익의 최고 50~60%까지 양도세를 매기는 ‘양도세 중과’ 제도를 10년 이상 장기보유주택에 한해 오는 6월까지만 면제해주기로 했다. 특히 재건축 단지 급매물은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현재 재개발 단지에 적용되는 공공임대 의무 비율 30%를 재건축 단지에도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민주당 의석수 보면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정권 바뀌기 전까지는 종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등의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현재 매수가 뜸한 것은 코로나19 영향도 있지만 12·16 대책에서 서울 지역 15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한 것이 주효했다는 시각도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보면, 잠실주공 5단지(82㎡)의 월간 평균 실거래가는 지난해 1월 18억6천만원에서 12월 22억7천만원으로 1년 사이 4억원이 급등했으나 대책 발표 이후 3월에 21억원으로 내렸다. 12월에만 8건이 거래됐으나 1~4월에 거래 건수는 6건에 그친다. 은마아파트(84㎡)도 지난해 2월 16억7500만원에서 12월 23억2500만원으로 무려 6억5천만원이나 폭등했다가, 지난 2월 20억5천만으로 실거래된 뒤 3월과 4월엔 실거래 매물이 없다.
비강남 지역의 15억원 넘는 고가 아파트들 가격이 15억원 밑으로 떨어지는 사례도 일부 나오고 있다. 마포구의 주요 단지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지난해 11월 평균가격이 15억5천만원을 찍었는데, 지난 3월 14억7천만원에 실거래됐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15억원 기준으로 과열됐던 매수세는 확실히 진정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하락장’ 또는 ‘폭락장’으로 접어들었다기보다 ‘조정 국면’으로 보고 있다. 강남의 초고가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 하락폭이 커졌을 뿐 대출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15억원 이하, 비강남권 아파트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만 해도 강남권과는 온도차가 크다. 목동신시가지 3·5·6단지 전용면적 64~65㎡는 13억~13억5천만원, 신시가지 7단지 전용면적 66㎡는 층에 따라 14억~14억7천만원 선에 매물이 나와 있다. 지난해 집값 최고점에 견줘 5천만~1억원 정도 호가가 내린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호가가 20% 가까이 빠진 잠실주공 5단지나 은마아파트는 초단기 매매가 성행하는 재건축 특수매물이다. 압구정, 개포동, 여의도는 그만큼 안 빠졌다. 용인 수지의 고가 아파트는 지난 1월에 11억7천만원에 팔렸는데 지금 호가 15억원 매물이 나온다”고 말했다. 풍선효과 진원지로 지목되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인 노원구 중계동 청구3차(84㎡)의 실거래가는 지난 3월 9억5천만원으로, 지난해 12월 9억4천만원보다 올랐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4월까지 실거래된 매물로 평단가를 계산해보면 서초구는 여전히 4천만원대, 강남구 5천만원대, 송파구도 4천만원대가 유지되고 있다. 아파트값 하락이 본격화됐다고 보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진명선 최종훈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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