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약자의 자격 요건에 문제가 있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아파트 당첨이 취소되는 이른바 ‘부적격’ 당첨이 주요 단지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런 부적격 당첨은 대부분 청약자의 착오나 실수에서 비롯된 것인데, 별다른 고의성이 없었다고 소명해도 구제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일단 부적격 당첨자로 처리되면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1년간 청약자격을 박탈당하는 등 불이익도 만만치 않다. 특히 최근에는 투기 억제를 위한 청약 관련 규제가 한층 복잡해져, 실수요자라고 해도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청약했다가는 예기치 않게 부적격 당첨자가 될 수 있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진단이다.
■ 부적격 당첨자, 전체 가구수 20% 넘어선 곳도
지난 2월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경기 수원시 ‘매교역 푸르지오SK뷰’는 전체 1795구 중 13.1%에 해당하는 236가구가 부적격 또는 미계약으로 처리돼 최근 예비당첨자에게 돌아갔다. 이 가운데 계약 포기에 따른 미계약은 극소수이고 대부분인 220명이 청약가점, 무주택 여부, 해당지역 우선공급 신청 오류 등에 따른 ‘부적격’이었다는 게 업체 쪽의 설명이다. 특히 청약가점 오류가 전체 부적격 사유의 절반을 넘었다. 또 공공분양으로 청약 조건이 더욱 까다로웠던 경기 과천시 갈현동 ‘과천제이드자이’는 전체 분양 647가구 가운데 무려 22.7%에 이르는 147가구가 당첨 자격을 박탈당하거나 포기했다. 이 아파트에선 부적격자의 대부분이 청약자격 요건의 하나였던 ‘소득기준’을 벗어났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지방에서는 지난달 대구광역시에서 분양된 ‘봉덕2차 화성파크드림’의 전체 물량 403가구 중 20.8%인 84가구가 부적격 당첨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아파트에서 나온 부적격 당첨의 이유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집계한 ‘2015~2019년 주택 유형별 부적격 판정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급한 엘에이치 공공주택에서 발생한 부적격 판정 건수 1만786건 가운데 가장 많은 사유는 소득기준을 벗어난 경우로 전체의 23.1%(2494건)를 차지했다. 이어 주택이 있으면서 청약한 경우가 21.6%(2327건)였고, 과거 당첨 사실이 있는 경우가 21%(2271건)로 뒤를 이었다. 무주택 기간이나 지역 거주기간, 세대주 여부 등의 자격요건을 못맞춘 기타 부적격 사유도 26.2%(2825건)에 달했다. 또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지난해 1~8월 민영주택의 부적격 당첨 현황’을 보면, 전체 부적격 판정 1만1344건 가운데 가장 많은 사유는 청약가점 오류로 무려 73.7%(8362건)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는 재당첨 제한(9.1%), 특별공급 횟수 제한(7.3%) 등의 차례였다. 지난해 이전에도 공공주택의 경우는 소득기준과 관련된 부적격 당첨이 많았고 민영주택 분양에선 청약자가 청약가점을 잘못 기재한 오류가 부적격 당첨의 단골 메뉴였던 셈이다.
■ 한국감정원 청약시스템에 소득정보 등 연계 필요
국토부는 지난 2월 청약업무가 기존 금융결제원에서 한국감정원 ‘청약홈’으로 이관된 뒤에는 부적격 당첨자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청약홈은 청약자가 본인과 세대원의 주택소유 여부와 기간, 재당첨 제한 여부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개편됐다. 예컨대 수요자는 청약홈에서 클릭 몇번 만으로도 본인과 세대원의 주택 소유와 관련해 건축물대장,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주택분), 재산세관리대장 등을 한 눈에 확인해볼 수 있다.
그럼에도 청약홈을 통해 청약한 이들의 부적격이 많이 발생한 데는 몇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우선 부적격 당첨이 무더기로 나온 사례는 시세 대비 분양가격이 크게 낮아 청약자가 대거 몰린 단지에 집중됐는데, 이는 청약자격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이들도 과열 분위기에 휩쓸려 ‘묻지마’ 청약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또 최근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견본주택을 열지 않고 ‘사이버 본보기집’을 누리집에 제공하는 방식이 일반화되면서, 수요자들이 청약자격과 관련해 적절한 상담 서비스를 받지 못한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본보기집을 열면 수요자들은 전문 상담사들과 쉽게 대면 상담을 할 수 있지만, 사이버 본보기집으로 대체된 뒤에는 통화량이 몰릴 경우 연결이 쉽지 않은 전화 상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청약 시스템의 구조적인 한계도 지적된다. 현재 한국감정원 청약홈이나 엘에이치 청약센터 등에서는 청약자가 공공주택 청약 때 필요한 ‘소득 정보’를 적절히 확인할 수 없다는 게 단적인 예다. 개인 소득 정보의 경우 청약업무 이관 당시 한국감정원이 취급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감정원에 과도한 개인정보가 집중될 우려가 제기되면서 빠졌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 관리를 엄격히 하면서도 현행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의 소득 관련 자료를 청약 시스템에 연계해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감정원 청약관리처 관계자는 “최근 발생하고 있는 부적격 당첨 유형과 이유를 면밀하게 분석 중”이라며 “청약자의 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사용자 편의를 높이는 동시에 부적격 당첨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보 제공 시스템을 보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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