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부동산지표
① 집값 주간 변동률
국가공인 감정원-민간 KB·부동산114
조사 대상·방식 차이에서 비롯
① 집값 주간 변동률
국가공인 감정원-민간 KB·부동산114
조사 대상·방식 차이에서 비롯
최근 서울 아파트값은 정부의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발표 이후 상승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그렇다면 올해 들어 정부 대책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 아파트값은 얼마나 올랐던 걸까?
한국감정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KHPI)를 보면, 지난해 12월 대비 지난 8월 현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5.59% 오른 것으로 나온다. 이와 달리 민간 부동산정보회사인 ‘부동산114’ 조사에선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이 무려 12.42% 급등한 것으로 집계돼,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수치보다 갑절 이상 높다. 또 케이비(KB)국민은행 조사에선 6.84%가 올라 다른 두 기관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집값 통계가 기관별로 들쭉날쭉한 것은, 각 기관이 정한 조사 대상 표본 주택, 조사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감정원 주택가격동향 통계의 표본은 전국 주택 2만6674개(주간 아파트는 7400개)이며, 국민은행은 전국 3만4495개(주간 아파트는 3만327개)를 표본으로 삼고 있다. 이들 표본은 전국 시·군·구의 일정 규모 이상 주택 가운데 건축 연도, 주택 크기 등을 고려해 대표성 있는 주택을 뽑은 것이다. 이에 비해 부동산114는 따로 표본을 정하지 않고 전국 690만개를 조사하고 있다. 조사 대상 주택 수는 부동산114가 가장 많지만 통계적 정확성과는 거리가 있는 반면, 한국감정원과 국민은행은 일정한 표본 설계를 거쳐 가격지수를 산정한다는 점에서 통계적 유의미성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조사 방식도 기관별로 차이가 크다. 국민은행과 부동산114는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사가 입력하는 거래 가능한 시세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반면 한국감정원은 실거래 사례, 인근 유사 거래 사례를 조사해 이를 기초로 하되 거래 사례가 없을 때는 시세와 중개업소 의견을 참고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과 부동산114의 조사는 최근 호가를 잘 반영하는 데 비해 한국감정원 조사는 거래가 없을 때 집값 변동폭이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나는 경향을 띠게 된다. 다만 한국감정원도 주간 단위 아파트값 조사 때는 짧은 기간 내 실거래 사례가 적은 데 따라 호가와 공인중개사 의견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달 1일 기준 주간 아파트값 조사에서 국민은행은 서울이 0.49%, 성남 분당이 1.08% 등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고 공표했으나, 같은 날 한국감정원 조사에선 서울 0.09%, 성남 분당 0.04% 등 상승률이 훨씬 낮았다. 최근처럼 주택 거래량이 많지 않은 시장 상황에선 인근 거래 사례, 매도 호가, 중개업소 의견 등에 따라 기관별 주간 아파트값 동향 결과가 큰 차이를 빚는다는 점이 뚜렷하게 드러난 것이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조사기관들이 각각 다른 방법으로 조사해서 발표하는 집값 통계가 시장에 혼란을 줄 여지가 어느 때보다 커졌다. 소비자들도 기관별 차이를 유의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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