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일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통해 서울 강남 4구 등 11개구와 세종시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했다. 이날 오후 강남 일대의 아파트 분양 모델하우스가 한산한 모습이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정부가 내놓은 ‘8·2 부동산대책’은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를 건드리는 것을 빼고는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처가 망라된 게 특징이다.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판 전방위 종합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집은 투자가 아닌 ‘거주’ 대상인 만큼 투기수요의 주택시장 진입을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 당시 도입됐다가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폐지된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 지정,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 청약 관련 규제 등이 다시 부활했다.
먼저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이 전방위로 강화됐다. 다주택자는 무거운 양도세를 물지 않으려면 내년 3월 말까지 주택을 처분하든가 임대사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 팔지 않고 임대사업자 등록도 하지 않으면서 버틴다 해도 2019년부터는 연 2천만원 이하의 임대소득도 과세가 이뤄지는 등 빠져나갈 곳이 마땅치 않은 현실이다. 정부는 세제·기금·사회보험 등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다주택자의 자발적 임대주택 등록을 유도하되, 부진할 경우 등록 의무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다주택자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주택을 추가로 매입하기도 어려워졌다. 투기지역에선 세대당 1건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와 관련해 조정대상지역에서 거주요건 2년을 추가한 것에 대해선 전문가들조차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요법”이라며 놀라고 있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더블유엠(WM)스타자문단 전문위원은 “1주택자도 양도세를 안 내려면 2년 거주하라는 것은 투자 목적의 집은 사지 말라는 의미와 같다. 여기에 자금 출처 내역 제출 등의 규제가 더해지면서 앞으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는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강남권의 재건축 단지와 강북의 재개발 사업지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면서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추진 단지는 조합설립 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없다. 이뿐만 아니라 정부가 사실상 유명무실했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 기준을 완화하기로 하면서 고분양가 경쟁을 하고 있는 서울 강남권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될 공산도 커졌다. 재건축 분양가를 높일 수 없게 되면 단지의 사업성이 나빠지면서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갭투자·재건축·오피스텔 등 투기적 가수요와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부분에 모두 메스를 가했고 사각지대였던 재개발 조합원 분양권 전매제한도 금지됐다. 당분간 거래 자체가 끊기는 ‘거래절벽’ 현상이 우려되지만 어쨌든 가격 안정에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의 가점제 적용 확대 등 실수요자 중심의 청약제도 개편도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 질서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가점이 높은 장기 무주택 가구주와 부양가족이 많은 실수요자의 아파트 당첨 확률이 획기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청약제도 개선은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자가보유율’을 높이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임명식에서 “지금 아파트 가격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주택 자가보유율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주택보급률은 100%가 넘지만, 자가보유율은 그의 절반 정도다”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이 다주택자의 매물 처분을 유도하고 실수요자의 신규 아파트 장만을 촉진한다면 이른바 ‘분배’ 효과를 통해 자가보유율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2015년 기준 수도권의 주택보급률은 97.9%지만 자가보유율은 52.7%로 낮은 편이다.
한편에서는 이번 조처로 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우려가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수도권 내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현재 70~80%로 높아진 상황에서 집값이 하락할 경우 집주인이 전세금을 빼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발생하면서 경매처분 위기로 몰리는 ‘깡통주택’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전세금 보증보험 확대 등 세입자 보호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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