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 일성부터 최근 집값 급등의 원인으로 부동산 투기를 꼽으면서 좌시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내놔 주목된다. 최근 청약조정지역을 확대하면서 분양권 전매제한, 대출 규제, 재건축 규제를 강화한 ‘6·19 부동산대책’을 출발점으로 삼아 앞으로 집값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강력한 규제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장관은 23일 취임식에서 이례적으로 최근 주택거래자 분석 자료를 프리젠테이션으로 띄워놓고 집값 급등이 실수요자보다는 투기세력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강남 재건축 단지 등을 중심으로 시작된 집값 불안이 강남을 넘어 용산, 성동, 마포구 등지로 확산한 것도 다주택 보유자들의 투기수요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특히 5주택 이상 소유자의 거래비율, 20대의 거래비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늘어난 점을 부각시켰다. 국토부 집계를 보면, 5주택 이상 보유 다주택자의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주택 매입 건수는 지난해 5월 64가구에서 올해 5월 98가구로 53.1% 급증했다. 또 29살 이하 연령대의 강남4구내 주택 매입은 올해 5월 134건으로 지난해보다 54%나 늘었다.
부동산 업계에선 소득이 없거나 많지 않은 29살 이하 연령층의 주택 매입 가운데 강남4구 등의 고가주택 매입은 정상적인 주택 실수요라기보다는 자녀에 대한 사전 증여 등 탈세를 동반한 ‘편법 거래’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따라서 이들 지역의 고가주택 거래에 대해선 최근 정부합동 투기단속에 나선 국세청이 강도높은 자금출처 조사를 통한 증여세 추징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날 취임사에서 김 장관은 국토부의 최우선 정책 추진 과제로 서민 주거안정을 꼽았다. 그는 전월세 가격 폭등으로 인한 주거비 부담이 서민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등과 같은 제도를 도입해 집주인과 임차인간 권리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전셋값이 계속 오르고 월세로 전환되면서 서민들은 이중삼중으로 힘들다”며 “이것을 해결하는 것이 최고의 정책 과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현재 전월세 상한제 등을 도입하는 내용으로 발의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성 논리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주택시장 불안 요인으로 투기적 가수요를 지목한 김 장관의 취임 일성으로 볼 때 앞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6·19 대책’의 뼈대인 대출 규제, 분양권 전매제한, 청약규제, 재건축 규제 등에서 다주택 보유자의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보폭을 넓힐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임대소득세 강화, 임대사업자 등록 의무화 등이 검토될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그러나 공적임대보다 민간 임대주택의 비중이 큰 주택시장에서 다주택자는 투자자인 동시에 임대주택 공급자이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획일적인 규제 틀을 무리하게 적용하면 임대주택 감소 등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다주택 보유자의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높이려 한다면 그 반대 급부로 양도세와 취득세 등 거래세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부동산학)는 “60%를 밑도는 자가보유율은 높이고 전월세시장은 안정시키는 등 서민 주거안정을 실현하겠다는 김 장관의 의지만큼은 확고해 보인다. 정부는 국토부를 포함한 부동산대책 컨트롤타워 체계를 갖춰 공급, 수요관리, 세제개편, 투기 대응에 일사불란하게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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