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취재진과 이야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15일 열리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최근 불안해진 부동산시장 동향에 대한 김 후보자의 판단과 대응방향, 국토교통 분야 행정 경험이 없는 후보자의 정책 역량 등을 따지려는 야권의 집중적인 검증 공세가 예상된다. 김 후보자가 3선 경력을 쌓은 국회의원이긴 하지만 기획재정위원회 등에서 주로 활동해 국토교통 분야 전문성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후보자가 지금까지 대표발의한 72건의 법률안 가운데 국토교통 분야는 한 건도 없으며 조세감면조치특별법 등 일부 세법만 간접적인 관련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김 후보자가 지난해 헌정 사상 첫 여성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으로 정부 예산안 심사를 총괄하고, 앞서 2014~2015년에는 주거복지 특위·가계부채 특위 위원을 맡아 큰 틀에서 경제 현안 해결과 서민주거안정 등을 위해 노력해온 점은 강점으로 꼽힌다.
김 후보자는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답변서를 통해 국토부의 광범위한 업무 현안에 대한 사전 질의에 비교적 조목조목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국토부의 기존 업무계획이나 현안에 대한 대응 방향을 반영한 것이어서, 후보자 자신의 소신이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는 편이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궤를 같이하는 새로운 정책 방향을 천명한 대목들은 일부 눈에 띈다.
김 후보자는 답변서에서 최근 부동산시장 불안에 대해 “집값 상승 기대가 높은 서울 등 일부 지역에 투자 목적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국지적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정밀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했다. 또 전 정부의 엘티브이(LTV·담보인정비율)·디티아이(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가 가계부채를 증가시켰다고 지적하면서 “이들 조처의 완화나 환원 등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충분히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 것인지에 대해선 “지난해 말 나온 ‘11·3 대책’은 부산 등 전매제한이 제외된 지역에서는 효과가 제한됐고 서울 등지에서 국지적 상승세가 나타나는 등 한계를 노출했다”고 에둘러서 짚었다. 국지적 과열이 빚어지는 곳에 대해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포함한 강도높은 ‘맞춤형 규제’로 대응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주택시장의 뜨거운 감자인 전월세상한제와 임대차계약 갱신청구권제에 대해 김 후보자는 문 대통령 공약대로 ‘단계적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주무 장관으로서 소신과 함께 실제적인 공약 이행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야권으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게 될 소지가 있어 보인다. 대선 공약에서 전월세상한제를 약속했던 정의당과 국민의당은 “구체성 없는 단계적 도입은 사실상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고 비판의 날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교통분야에선 다소 예상을 뛰어넘는 전향적인 정책 방향도 내놔 눈길을 끈다. 김 후보자는 수서고속철을 운영하는 에스알(SR)의 공공기관 지정 필요성에 대해 “에스알의 도입 취지를 감안하면서 공공기관 지정 여부에 대한 검토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에스알은 정부 재원으로 설립됐으면서도 공공기관 지정을 회피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다만, 에스알과 코레일의 통합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경쟁체제 도입으로 요금 인하 등 긍정적 측면과 코레일 경영악화 등 부정적 측면이 모두 있다”며 “장·단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 후보자는 화물운임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운임 협상력이 부족한 화물차주의 적정 운임 보장을 위해서는 표준운임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표준운임제는 화물노동자들이 십수년째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는 제도로 화물차량의 무게와 운송거리 등을 고려해 표준화된 운임원가를 강제하는 방식이다. 2008년에는 정부가 법제화를 약속했지만 이행되지 않았고, 지난해 10월에도 노동자들이 표준운임제 도입을 요구하며 운송거부를 했지만 국토부는 엄정대응 방침을 밝히고 파업에 참여한 화물운전자 18명을 특정해 지자체에 유가보조금 지급정지를 통보하는 등 강경대응으로 일관한 바 있다.
최종훈 허승 기자
cjhoon@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home01.html/◎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