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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솔깃한 ‘중도금 무이자’…높은 분양가에 포함 안된걸까

등록 2017-03-05 15:47수정 2017-03-06 09:47

Weconomy | 소비자리포트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사는 김아무개씨(40)는 최근 김포한강새도시에 분양 중인 단지형 단독주택에 청약했다. 김씨는 “아이들을 위해 단독주택에 살아보고 싶었지만 형편이 빠듯했는데, 마침 중도금 대출에 무이자 혜택을 준다고 해서 청약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단지는 청약자가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이 33대 1로 올라갔다.

올해 들어 중도금 대출(집단대출) 금리가 오른데다 공급과잉 여파로 미분양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입주자를 모집하면서 ‘중도금 대출 무이자’ 조건을 내건 아파트 분양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청약시장이 달아올라 중도금 대출에 대해 기껏해야 ‘이자 후불제’ 정도를 제시하는 곳이 많았다. 하지만 ‘11·3 부동산대책’ 이후 청약 경쟁률이 떨어지자 분양 초기부터 ‘무이자’를 제시하는 곳들이 부쩍 늘어났다. 이런 조건은 대개 금리가 높아지거나 분양시장이 위축될 때 빈번하게 등장한다.

대출금리 오르고 미분양 꿈틀대자
‘무이자 대출’ 분양 아파트 잇따라

중도금 대출에 ‘무이자’ 조건이 붙을 경우 수요자는 대개 상당한 혜택으로 받아들인다. 분양 업체 쪽이 대출 이자를 지불해 계약금만 내면 2년 뒤 입주할 때까지 금전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분양가격이 6억원인 아파트를 계약한 뒤 중도금을 연 3.5% 금리로 전액 대출할 경우 이자 부담은 1천만원을 웃돈다. 분양가가 6억원이라면 중도금이 3억6천만원에 이르고, 계약 3~5개월 뒤부터 중도금을 분할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분양 대금은 처음에 계약금 10%를 낸 뒤 중도금 60%를 4~6회로 나누어 내며, 입주 시점에 잔금 30%를 납부한다.

중도금 대출 무이자 조건이 언뜻 큰 혜택으로 비치지만 알고 보면 ‘조삼모사’ 식의 눈속임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겉보기엔 사업자 쪽이 대출 이자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론 비용이 이미 분양가에 전가돼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론 분양가에 떠넘겼을 수도
원가 공개 안돼 검증 방법 없어
분쟁 일어나도 소비자들 무대책

최근엔 대형 건설사들이 중도금 대출 무이자를 적용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이른바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를 짓는 대형 건설사들도 분양 촉진을 위해 이런 조건을 내건 셈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3일 본보기집을 열고 분양에 들어간 ‘평택 비전 레이크 푸르지오’ 아파트에 무이자 조건을 적용했다. 이는 경기 평택시 용죽도시개발사업지구 A2-1블록에 들어서는데 전용면적 65∼173㎡의 621가구로 이뤄져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최근 분양시장이 위축된데다 평택지역에 새 아파트 공급물량이 많아 분양률을 높이고 계약자 부담을 줄여주는 차원에서 무이자를 적용하기로 했다. 시행사가 이자비용을 부담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지에스(GS)건설도 최근 청약을 받은 대전 ‘복수센트럴자이’ 아파트에 무이자 혜택을 주고 있다. 이는 서구 복수동 1구역을 재개발하는 사업으로, 전용면적 45∼84㎡ 1102가구 가운데 866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지에스건설 관계자는 “재개발 분양사업은 대개 도심 인기지역에서 이뤄지다 보니 무이자 혜택을 주는 경우가 드물다. 이번엔 일반분양 물량이 많은 편이어서 계약률을 높이려고 재개발 조합 쪽이 이자비용을 부담하기로 협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최근 중도금 대출 무이자 조건을 내건 대형 건설사들은 시행사 쪽과 협의해 사업 이윤을 줄였다고 입을 맞춘 듯 설명하고 있다. 회계처리를 할 때 이자비용을 분양가에 넣는 것은 맞지만, 시행사가 분양가의 다른 항목인 ‘일반관리비 및 이윤’이 그만큼 줄어들면서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설명에는 맹점이 있다. 현재 공공택지가 아닌 민간택지에 분양하는 아파트엔 분양원가 공개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사업자의 주장대로 이윤을 줄인 것인지, 그렇지 않고 중도금 대출 이자 비용을 분양가에 고스란히 전가한 것인지 검증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또 공공택지에서 공급하는 아파트도 주택법이 정한 분양가 원가공개 항목이 12개에 그치는 등 형식적인 수준에 그친다. 또 분양을 공고할 때 공시된 원가와 실제 쓴 비용이 달라져도 분쟁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규정한다. 분양원가를 따져보려 해도 모든 환경이 소비자보다는 사업자에게 크게 유리한 셈이다.

의심스런 곁가지 조건 믿기보다
분양가 수준 적정한지 판단해야

게다가 법원은 건설사가 ‘중도금 대출 무이자’를 내건 뒤 이자비용을 분양가에 전가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된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세종시의 한 아파트 분양 계약자들은 건설사가 이자비용을 분양가에 전가해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어떤 호텔이 ‘조식 무료’ 조건을 내걸고 숙박상품을 팔았을 때 소비자는 조식비용이 이미 숙박비에 포함됐다고 인지하는 게 상식적이라고 보았다.

업계에서는 결국 공동주택 분양원가 공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중도금 대출 무이자를 둘러싼 논란은 해소되기 어렵다고 본다. 분양원가 검증이 불가능한 상황에선 대출 이자를 형식적으로 누가 부담하느냐보다 주택 분양가격이 적정한지가 수요자에게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분양 수요자는 단순히 ‘무이자 혜택’이란 광고에 홀릴 게 아니라 주변 시세에 견줘 분양가가 적정한지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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