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부동산

[현장] ‘헐지않고 고치니 좋아좋아’ 30살 아파트의 변신

등록 2007-01-11 15:22수정 2023-01-19 20:16

평수 늘리고 지하주차장 만든 방배동 궁전아파트 가보니
신 공법에 의해 새롭게 생긴 지하 주차장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신 공법에 의해 새롭게 생긴 지하 주차장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1977년 완공 후 30년이 다된 방배동의 ‘궁전 아파트’가 근사한 명품 아파트로 탈바꿈 했다. 낙후된 아파트라 재건축을 통해서? 아니다. 새로운 건축공법을 동원해 없던 지하 주차장까지 만드는 획기적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서 새 건물이나 다름없는 아파트가 된 것이다. 건물만 새로워진 것이 아니다. 아파트 값도 덩달아 뛰었다. 리모델링 전에 5억4천만~5천만원 하던 45평형이던 아파트는 56평형으로 11평이 늘어나면서, 리모델링이 끝나 입주하게 된 지금 14억원 정도를 호가한다. 지난 1년간 강남지역의 부동산값 상승을 감안하더라도, 높은 상승률이다. 쌍용건설쪽은 최근 집값 상승분의 가치 50% 정도가 리모델링 효과일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주민들은 졸지에 ‘종부세 대상자’가 됐지만, 싱글벙글이다. 주민들이 부담한 돈은 30평대 1억원에서 50평대 1억9천만원 정도였다.

소유자들에게 재산 증대 효과만 있는 게 아니다. 재건축을 했더라면 발생되었을 건축폐자재,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상당 수준 경감됐다. 회사 차원에서도 재건축할 때보다 공사비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공사를 맡은 쌍용건설 양영규 리모델링사업부 차장은 “만약 건물을 헐고 재건축을 했더라면 500억원 이상의 공사비가 들었을텐데, 280억원의 공사비로 새 건물과 같은 효과를 얻었으며 공사기간도 보통 아파트의 절반인 18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연 재건축만으로 아파트가 얼마나 새로워졌는지 〈한겨레〉취재진은 직접 현장을 찾아 아파트 내외부를 살펴보기로 했다.

입주 주민 “재건축만 주장하는 사람들은 모자란 사람들”

리모델링을 한 방배동 궁전 아파트 35평형의 거실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리모델링을 한 방배동 궁전 아파트 35평형의 거실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방배본동 776-3번지’. 예전에는 복도식의 낙후된 아파트가 서 있던 자리에는 ‘예가(藝家) 클래식’이라는 새 아파트가 들어서 있었다. 외관상으론 신축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요즘 유행한다는 필로티(건물 전체 또는 일부를 지상에서 기둥으로 들어올려 건물을 지상에서 분리시킴으로써 만들어지는 공간, 또는 그 기둥 부분) 양식의 외관은 최신식 아파트와 다르지 않았다. 지하 주차장도 새로 생겼다. 이번 궁전아파트 공사가 리모델링이냐, 재건축이냐를 고민하는 사람들로부터 가장 주목 받는 부분이 지하주차장이다. 리모델링을 통해 지하주차장을 만들고자 할 때 지지하는 지반의 붕괴 위험으로 그동안 시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재건축을 선호하는 것도 이 지하주차장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쌍용건설에선 이번에 특허까지 받은 신공법으로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밖에도 엘리베이터를 지하까지 연장하는 엘리베이터 지하연장공법도 국내 최초라고 시공사쪽은 밝혔다. 아파트도 외벽과 주차장만 바뀐 게 아니다. 마차 샌드위치처럼 아파트 앞 뒤에 일정 크기의 건물을 지어 서로 연결해 평수를 7~11평 까지 늘렸다.

아파트 내부에 들어가보기로 했다. 자신의 아파트를 공개한 남상배(52)씨는 “졸지에 종부세 대상자가 됐지만 기분이 좋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처음에 재건축을 할지 리모델링으로 할지 의견이 분분했지만 지금은 주민들 모두 좋아하고 있다”며 “아직도 건물 헐고 재건축을 하자는 사람들은 모자란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만족감과 자신에 찬 남씨의 말처럼 아파트 실내도 마치 신축 아파트의 본보기집처럼 깔끔한 인테리어로 마감되어 있었다. 아파트 안팎 어느 곳도 이곳이 30년된 궁전아파트라는 사실을 찾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불만의 목소리도 있었다. 아무래도 재건축이나 보니 건물 내부의 기둥과 벽 등을 쉽게 바꿀 수 없었기에 35평의 경우 공간이 다소 어색해 보이거나 주방 등의 공간이 협소해 보였다. 시공사의 관계자는 “35평형의 경우 주방이 좁다는 주부들의 항의가 가끔 들어오긴 한다”고 말했다.

이 정도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주민들은 긍정적이다. 최금상씨(56·여)는 “처음 리모델링을 한다고 했을 때 낡은 집에다 화장만 하는게 아닐까 걱정한 것이 기우였다.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거둬 수익성 등 모든 면에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한겨레〉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다음은 아파트 리모델링에 관심이 많은 이들을 위한 일문 일답.

리모델링을 마친 방배동의 궁전 아파트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리모델링을 마친 방배동의 궁전 아파트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 리모델링 시장이 어떻게 전망되고 있나?

= 준공 후 20년이 지나야 가능하던 아파트 리모델링이 2007년부터 준공 후 15년으로 연한이 축소됨에 따라 각종 규제로 묶여 있던 재건축 단지들의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됨.

- 리모델링을 재건축과 비교하면?

= 리모델링은 기존 구조물을 유지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만큼 자원 재활용과 환경 보호 차원에서 이점이 있고, 소형평형 의무비율, 임대주택 의무 건립, 개발부담금제, 기반시설 부담금 등의 규제가 없어 재건축에 비해 유리함. 또한, 재건축의 절반 수준인 4년 내외의 짧은 사업 추진 기간과 18~24개월의 짧은 공사 기간, 재건축의 2/3 수준의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공사를 마칠 수 있음.

- 리모델링에 적합한 단지는?

= 용적률 200% 내외, 12~15층 가량의 중층 아파트, 15~30년 된 중소형 단지가 리모델링에 유리함. 이런 단지는 용적률 규제, 개발이익환수제, 소형평형 의무비율 등의 규제 때문에 재건축을 해도 조합원들이 수익성을 거두기가 어려움.

- 궁전아파트의 경우 시공사 선정부터 준공까지의 과정은?

= 2003년 6월 시공사 선중 뒤, 입주까지 3년 7개월, 착공부터 준공까지는 1년 6개월 소요.

- 2003년 6월 시공사 선정

- 2004년 1월 조합설립 인가

- 2004년 3월 건축심의 완료 (서초구 건축심의 위원회)

- 2004년 11월 행위허가 완료 (서초구청)

- 2005년 4월 이주 개시

- 2005년 7월 착공

- 2005년 9월 철거공사 완료

- 2006년 4월 골조공사 완료

- 2006년 10월 외장공사 완료

- 2006년 12월 준공

- 2007년 1월 입주

- 2007년 2월 조합 해산 예정
 

〈한겨레〉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