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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부동산 ‘블랙홀’에 소비·생산력 바닥

등록 2006-11-20 18:42수정 2006-11-21 09:53

부가가치 창출과는 거리가 먼 부동산 쪽으로 돈과 사람이 몰리면서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부동산업소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난 15일 경기도 구리시 토평지구 부동산업소들의 모습. 김경호 기자 <A href="mailto:jijae@hani.co.kr">jijae@hani.co.kr</A>
부가가치 창출과는 거리가 먼 부동산 쪽으로 돈과 사람이 몰리면서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부동산업소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난 15일 경기도 구리시 토평지구 부동산업소들의 모습.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부동산 광풍이 남긴 것(중)] 돈·인력 흡수 ‘블랙홀’

최근의 부동산 파동은 경기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기업인과 근로자들의 의욕이 떨어지고, 돈 빌려 집을 산 서민들은 이자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느라 내수 부진도 장기화하고 있다.

반면 부동산중개업소는 급증하고 부동산학과 경쟁률이 치솟는 등 부동산 관련 산업에는 돈과 인력이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왜곡된 열풍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저하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사업은 적자, 부동산 투자가 더 낫다”=경기도 남양주시 마석리에서 양말제조기 공장을 운영하는 이태훈(40·가명)씨는 “사업은 할수록 손해”라며 “마지막으로 믿는 것은 공장 땅값이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 중국 수출로 돈을 벌다 몇년 전 중국산 모조품이 나오면서 매출이 뚝뚝 떨어지고 있지만 지난해 2월 산 공장 터는 평당 50만원에서 70만~80만원까지 올랐다. 이씨는 “전엔 사업해서 돈 벌 생각만 했지만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지난해 대출을 받아 공장 땅을 샀다”며 “요즘 부동산 폭등하는 걸 보면 사업 잘될 때 땅도 더 사고 아파트도 두어 채 사놓을 걸 하는 후회가 든다”고 했다.

건설기계 제조업을 하는 이원해(50)씨는 “열심히 노력한 대가보다 땅값 올라가는 게 더 쏠쏠하니 누가 골치 아프게 기업을 하겠느냐”며 “이러다간 기업이 망하고 국가도 망가질 것”이라고 한탄했다.

땅값 상승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중소기업을 더 힘들게 한다. 중소기업 설립 컨설팅을 하는 이수민(가명)씨는 “일반 중소 제조업체가 감당할 수 있는 적정 땅값은 평당 30만~40만원 정도인데 서울은 최소 300만원, 수도권 외곽도 100만원이 넘는다”며 “투자비용이 올라 이익 남기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 상가 한 건물에 부동산중개업소 35개=하지만 부동산업계는 활력이 넘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집계를 보면 전국 부동산중개업소 수는 1997년부터 5년 동안 8256개가 늘었으나 그 뒤 5년간(2002년~2006년 9월) 무려 2만8031개가 증가해 7만7711개에 이른다.

고가 아파트의 상징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옆 은마종합상가 한 건물에만 부동산중개업소 35개가 자리잡고 있다.

대학, 변호사업계, 은행 등도 앞다퉈 부동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전국 50개 대학에 부동산학과가 개설돼 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대학원의 지난 1학기 경쟁률은 8 대 1이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유엔알 박상언 사장은 “부동산학과가 아무나 못 들어가는 곳이 돼버렸다”며 “직장인들이 다니는 야간대학원은 부동산학과가 가장 인기”라고 말했다.

부동산시행업체 고문인 김형석(가명) 변호사는 “예전엔 중소 로펌만 부동산 소송을 했지만 최근엔 분쟁뿐 아니라 부동산컨설팅 등 부동산 쪽으로 특화를 선언하는 로펌과 변호사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서민들, 소비도 못하고 저축도 못하고=집값 상승이 5년 넘게 지속되면서 가계 주택 관련 대출과 이자 부담이 점점 늘고 있다. 최근에는 주식시장으로 들어가는 돈도 줄고 있다.

국민은행 적립식펀드 잔액 최근 월별 증가액을 보면 지난 6월 3796억원, 7월 4838억원이던 것이 8월 2484억원, 9월 1916억원, 10월 2089억원, 11월(15일 현재) 188억원으로 감소하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가지수가 1400을 넘으면서 환매가 늘어나기도 했지만, 최근 집에 ‘올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가계가 이자부담 등으로 적립식펀드를 넣을 여력이 줄어든 탓도 있다”고 해석했다.

전분기 대비 민간소비 증가율도 올 들어 1분기 1.3%에서 2분기 0.9%, 3분기 0.5%로 계속 줄고 있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집값 폭등은 개인들의 가처분소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며 “2003~2004년 민간소비가 위축됐다 지난해 말부터 조금 살아나나 싶었는데 완전히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했다.

성장잠재력 저하 우려=강경훈 금융연구원 박사는 “성장잠재력 확충이나 부가가치 창출과는 거리가 먼 부동산 쪽으로만 사람과 자금이 몰리는 것은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건호 민주노동당 정책전문위원은 “집없는 사람한테는 구매력 감소를, 기업에는 투자위축을 가져올 것”이라며 “부동산 자산계층의 실현되지 않은 가치를 위해 생산과 소비 모두 발목 잡힌 꼴”이라고 진단했다.

안선희 최우성 석진환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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