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1일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한준 사장(가운데)이 최근 공공아파트 지하주차장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량판 구조 지하주차장 ‘철근 누락’ 사태가 공공주택 공급에 차질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국토교통부는 공급 우려에 선을 긋고 있지만 공공주택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사업을 함께 해온 협력사 중 ‘전관 업체’가 적지 않은 데다, 이들 업체와의 협업을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사실상 금지하고 있어서다. 부패 척결과 공공 주택 사업 안정 간의 딜레마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공급 차질은 내년에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국토부와 국가통계포털(KOSIS) 등을 종합하면, 올해 상반기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 물량은 ‘인허가’ 기준으로 7350호로, 이 가운데 공공분양은 5257호다. 정부가 2023~2027년 5년간 50만호를 공급하기로 한 공공분양의 올해 인허가 계획 물량은 7만6천호인데, 상반기 실적이 겨우 6.9%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엘에이치 철근 누락 사태가 터진 만큼 공공분양 물량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엘에이치가 하반기 나머지 인허가 실적을 채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상반기 엘에이치의 공공분양 인허가 실적은 고작 3595호에 그친다.
다만 올 하반기에 당장 ‘인허가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국토부 담당자는 “하반기 인허가 예정 물량은 대부분 설계 공모 등 사전 절차가 끝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전 절차가 완료됐거나 완료가 임박한 사업까지 전면 백지화하거나 재검토하지 않는 이상 예정대로 하반기 인허가 절차는 진행된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올 하반기 예정된 두 차례의 공공주택 ‘뉴홈’ 사전청약도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확인했다. 뉴홈 사전청약은 9월 하남교산 등 8개 지구 3274호, 12월 11개 지구 4821호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내년이다. 내년 인허가 절차가 예정된 일부 주택 사업에서 ‘절차 중단’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서다. 지난 5월 엘에이치가 도시건축 통합 설계 공모에 들어갔던 대전죽동2 등 6개 공공주택 지구가 한 예다. 모두 최근 심사를 거쳐 설계용역 당선자까지 선정했지만, 철근 누락 사태가 불거지면서 계약 절차가 중단됐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오는 10월 엘에이치 구조 개혁 방안을 마련할 때까지 엘에이치의 설계 공모, 입찰, 계약 등 모든 절차를 중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들 6개 지구의 주택공급 물량은 5만2700호로, 대부분 내년 인허가(지구계획 승인)를 앞두고 있다.
오는 10월 나올 구조 개혁 방안의 강도에 따라 추가적인 인허가 지연 등 공급 차질도 배제하기 어렵다. 엘에이치와 국토부 스스로 ‘전관 업체가 아닌 곳을 찾기 어렵다’고 할 정도의 현실에서 ‘전관 업체 원천 배제’ 방안이 나올 경우 엘에이치의 주택 사업 차질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온적인 수준의 개혁 방안이 나올 경우 ‘철근 누락 사태’로 불거진 이권 카르텔 논란과 국민 불신 현상이 장기화할 수 있다. 특히 10~11월 예정된 국회 국정감사에 ‘철근 누락 사태’와 엘에이치의 구조 개혁 방안은 주요 논의 안건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한편 사전청약을 제외한 엘에이치의 공공분양 입주자 모집도 지연되고 있다. 엘에이치는 지난 3월 올해 14개 단지의 뉴홈과 신혼희망타운 등 공공분양 6353호의 입주자 모집 계획을 발표했으나 현재까지 공급 실적은 지난 7월 공급한 화성태안3블록(688호) 한 곳에 그치고 있다. 엘에이치는 하반기에 입주자 모집을 서두른다는 방침이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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