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집값이 20% 하락하면 이른바 ‘갭투자’를 한 임대인 가운데 40%가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할수록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임대차 계약 전 임대인의 보증금 상환 능력을 확인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연구원이 13일 공개한 ‘전세 레버리지(갭투자) 리스크 추정과 정책대응 방안 연구’를 보면, 주택 매매가격이 20% 하락하면 전세 보증금을 끼고 매수한 갭투자 주택 가운데 40%에서 매매가격이 전세 보증금을 밑돌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경우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쓰지 않고 계약종료를 희망하는데 임대인이 자금을 조달하지 못할 경우 보증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연구진은 2017년 9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주택 매수자의 ‘자금조달계획서’ 원시자료를 분석해 이런 결론을 도출했다. 자금조달계약서란 주택 매수자가 매수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를 작성해 국토교통부에 신고하는 서류로, 자기 자금과 차입금 등을 구분해 작성해야 한다.
연구진은 “분석 결과 주택 매매가격 하락 때 전세보증금 미반환 주택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시기는 2023∼2024년으로 분석된다”며 “월 기준으로 전세 보증금 미반환 위험 주택 비율이 가장 높은 시기는 2024년 상반기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집값 하락으로 임대인의 보증금 상환이 어려워지는 이른바 ‘역전세난’의 최고조 시점을 2024년 상반기로 내다본 것이다. 다만 이 역시 계약갱신청구권 사용률이 0%일 때가 전제된 것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는 임차인 비중이 늘어난다면 자연히 갭투자 주택의 보증금 미상환 위험은 줄어든다. 극단적으로 임차인의 100%가 계약갱신을 청구한다면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2년 뒤로 이연되어 미반환 위험 갭투자 주택 비중은 1%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세 레버리지 매입(갭투자)은 집값이 오를 땐 이득을 임대인이 독차지하는 반면에, 집값이 내리면 손해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함께 보는 구조”라며 “갭투자 주택의 보증금 미반환 위험을 줄이려면 임대인의 보증금 상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체계 마련, 보증금 일부를 의무적으로 예치해두게 하는 제도 도입, 신탁기관에 임대주택을 등록하고 주택 소유자는 운용 수익을 얻는 임대차 신탁제도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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