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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 절반 내세우는 청년 원가주택, ‘로또 분양’ 딱지 붙을라

등록 2022-06-14 09:00수정 2022-06-14 11:31

‘윤석열표 공공주택’ 50만호 짚어봤다
원가주택 분양가, 시세 절반 이하 책정될 듯
역세권 첫집은 용적률 200%→500% 올려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연합뉴스.

지난해 8월29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1호 공약을 발표했다. 정치 참여 선언 두 달 만에 나온 1호 공약은 부동산 정책이었다. 에이포(A4) 38장에 이르는 부동산 공약 핵심에는 ‘청년 원가주택’과 ‘역세권 첫 집’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박근혜 정부의 행복주택, 문재인 정부의 신혼희망타운 등을 잇는 ‘윤석열표 공공주택’이다. 우선 사람들의 눈길을 끈 건 규모였다. 총 주택 공급 목표로 제시한 250만호의 20%를 차지하는 ‘5년간 50만호’. 윤석열 정부의 청년 원가주택과 역세권 첫 집은 무주택 청년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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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환매조건부 ‘청년 원가주택’

청년 원가주택과 역세권 첫 집의 가장 큰 특징은 공공 ‘분양’ 주택이란 점이다. 그동안 공공주택이 주로 장기간 저리로 이용하는 공공 ‘임대’ 주택이었다면, 윤석열 정부는 공공이 일부 국민의 주택 ‘보유’를 뒷받침하는 형태를 택했다. 청년 원가주택의 경우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 주택을 지은 뒤 무주택 청년 등에게 건설원가 수준으로 주택을 분양하고, 전매제한 기간 5년이 지나 매매를 원하면 시세에서 분양가를 뺀 매매 차익의 30%는 공공에 돌아가는 ‘환매조건부’ 주택이다. 시세차익의 나머지 70%는 분양 받은 사람이 갖게 해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지원한다는 측면도 있다.

분양가는 시세의 절반 이하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를 구성하는 ‘건설원가’를 택지비 조성원가, 표준건축비, 이자 비용 등의 합으로 정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통상 택지비는 미래 개발 이익까지 반영하는 ‘감정평가액’이 적용되지만, 청년 원가주택은 감정평가액보다 낮은 ‘조성원가’를 택지비로 삼아 건설원가를 대폭 낮추는 구조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시세 10억원 정도의 전용면적 59㎡(공급면적 약 25평) 아파트가 3억원 안팎에 분양될 것으로 내다본다. 아울러 분양가의 20%만 수분양자가 일단 부담하고, 나머지 80%는 장기원리금 상환이 가능하도록 전용 모기지 상품도 마련될 예정이다.

청년 원가주택의 기본 설계도는 문재인 정부의 신혼 희망타운과 많은 면에서 닮았다. 신혼 희망타운은 의무적으로 30년 장기대출인 수익공유형 모기지를 이용해야 하고, 전매제한 기간(5∼10년) 뒤 매각을 원하면 모기지를 제공한 주택도시기금과 차익을 50%씩 나누도록 했다. 두 주택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수분양자와 공공의 차익 분배 비율 정도다. 신혼 희망타운을 두고 일각에서 ‘반쪽짜리 내집’이란 혹평을 했던 것을 의식해, 청년 원가주택은 공공의 환매 비율을 30%로 낮게 정한 것으로 보인다.

청년 원가주택은 무주택 청년에게 양질의 주택을 저가에 공급하고 개발 이익을 일부 공공이 환수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70% 시세차익’ 때문에 앞선 일부 공공분양 아파트 사례처럼 ‘로또 분양’이라는 딱지가 붙을 수 있다. 전강수 대구카톨릭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시장 가치보다 매우 싸게 사고, 주택 가격이 상승한다면 상당한 차익을 남기는 주택을 아주 일부에게만 공급하겠다는 것이라 또다시 로또 분양 이야기가 나오고 청년들 안에서도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70%라는 시세 차익 보장률이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낮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는 “기존 공공임대주택만으로는 자기 주택을 보유하고자 하는 무주택 서민의 수요를 충족할 수 없던 만큼 환매조건부 주택 공급은 좋은 시도”라면서도 “시세의 70%를 보장해주기 위해 공공이 비싼 가격에 환매하게 되면 다음 청년에게는 처음 분양가처럼 싸게 공급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대로 주택 가격 하락기가 온다면 인기가 적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 교수(부동산학과)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주택을 완전히 소유하는 것에 익숙해 미래에 시세 차익을 국가와 나누는 환매조건부 주택이 어색할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주택 가격이 하향 안정기로 접어들면 굳이 환매조건부 주택을 선택할 이유가 사라진다. 청년 원가주택은 향후 주택 경기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명암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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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적률 올리고 기부채납 받는 역세권 첫집

또다른 공공 분양주택인 ‘역세권 첫 집’은 이름 그대로 역세권에 공공 분양 주택을 공급한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종류는 민간개발 연계형과 국공유지 활용형 2가지다. 민간개발 연계형은 민간 재개발·재건축 아파트의 용적률을 현재 약 200%에서 500%로 올리고, 그 결과로 생겨나는 주택의 절반을 공공주택으로 기부채납받아 시세의 반값으로 분양하는 것이다. 국공유지 활용형은 역과 가까운 철도차량기지나 빗물펌프장, 공영주차장 등을 복합개발해 상부를 주택 건설용지로 쓴다.

구체적인 시행방안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역세권 첫 집에도 청년 원가주택과 같은 금융 지원을 하고, 매각할 때는 공공과 차익을 나누는 방식이 유력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약집에서 청년 원가주택을 5년간 30만호, 역세권 첫집을 5년간 20만호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국토부 관계자는 “합쳐 50만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은 그대로이고, 각각 몇호가 될지는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역세권 첫 집을 두고는 용적률 상향이 부를 부작용을 한목소리로 우려한다. 용적률을 500%로 크게 올리면 그만큼 주택 층수가 높아지고 공급 가능 주택 규모가 늘어난다. 대신 인구 밀도가 높아지고 교통체증도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아파트 조망권도 나빠지고 주차 공간도 부족해져,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려면 도시계획 자체를 새로 세워야 한다. 김남근 변호사는 “부작용을 해소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역세권 첫 집은 신도시 3기에 지을 청년원가주택과 달리 차량이 없는 청년·신혼부부만을 대상으로 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법하다”고 말했다. 최민섭 교수는 “역세권 첫집 역시 주택 경기가 나빠지면 용적률을 높여도 분양이 안 될 것을 우려하는 시행사들이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주택 경기가 향후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조건이라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첫집의 성공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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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청년·신혼부부인가?

정부는 청년 원가주택과 역세권 첫 집 성과를 조기에 내기 위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청년원가주택은 내년 상반기 사전청약을 진행하고 역세권 첫 집은 연내 조기 사전청약을 시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본격적 추진에 앞서 두 주택 모두 ‘왜 청년·신혼부부인가’ 또는 ‘어떤 청년·신혼부부가 대상인가’라는 질문을 넘어서야 한다. 정부 지원이 필요한 무주택자는 장년층과 노년층에도 있고, 청년 가운데서도 고소득자이거나 부모가 다주택자인 경우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공약 발표 당시 “많은 청년층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해 인구 절벽의 우려가 심화하고 있고, 이들의 어려움이 주택시장은 물론 사회경제에도 불안요인이 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청년 원가주택 등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다만 전 강수 교수는 “복지 정책 관점에서 시장가치보다 낮은 가격의 주택 공급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그 대상이 저소득층으로 한정되지 않는다면 ‘나도 어렵긴 마찬가지’라는 다른 세대의 반발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미선 국토연구원 주거정책연구센터장은 “자식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가난해지는 시대를 처음 맞았다는 현실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청년 원가주택 등이 세대 간 갈등으로 이어진다면, 그 근본적 배경은 그만큼 부담 가능한 주택 총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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