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정아이파크 사고 현장.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 1월 발생한 광주 화정동 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 아파트 붕괴사고를 계기로 부실시공에 대한 처벌 수위가 대폭 강화된다. 단 한 번의 부실시공 사고라도 3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면 시공사의 건설업 등록을 말소해 업계에서 퇴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강력한 제도가 도입된다.
국토교통부는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HDC현대산업개발 아파트 붕괴사고 제재 방안 및 부실시공 근절방안’을 발표하면서 이런 내용의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부실시공 ‘원·투 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이다. 먼저 시설물 중대 손괴로 일반인이 3명 사망하거나 근로자 5명 이상이 숨진 경우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해 건설업 등록을 말소하고, 향후 5년간 신규 등록을 제한해 업계에서 퇴출한다. 지난해 국회에 발의돼 상임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은 ‘불법하도급’에 따라 이같은 중대 사망사고를 낸 경우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기로 했으나 국토부는 이를 고쳐 불법하도급이 없는 부실공사라도 다수 사망자가 발생하면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5년간 부실시공이 2회 적발돼도 해당 업체의 건설업 등록을 말소하고 3년간 신규 등록을 제한하는 ‘투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병행한다. 또 현재 부실시공 업체에는 영업정지 2~8개월 처분만 내려지고 있는데, 앞으로는 1회 적발 시 영업정지 4~12개월, 2회 위반은 등록말소 처분이 내려진다.
국토부는 강력한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등의 도입을 위해 지난해 9월 발의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강화하는 방안을 국회와 논의하기로 했다.
부실시공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도 확대된다. 지난해 9월에 발의된 건산법 개정안에는 불법하도급으로 인한 부실시공으로 사망사고를 낸 경우 피해액의 5~10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토부는 이 역시 불법하도급이 아니더라도 부실시공으로 인한 사망 사고를 냈다면 피해액의 3배까지 배상토록 하고, 면책 규정을 두지 않는 내용으로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부실시공 업체에는 공공택지 공급 제한 기간을 현재 3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주택도시기금 지원 제한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확대하는 등 페널티도 강화한다.
특히 중대사고에 대해서는 국토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한 처분 권한을 회수하고, 직접 해당 업체를 처분한다. 이는 지자체에 처분 권한이 위임돼 사고 업체에 대한 처분이 적기에 이뤄지지 않고 솜방망이 처분이 내려지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권혁진 국토부 건설정책국장은 “심각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등 중대 부실시공 사고에 대해서는 직권으로 처분하겠다”며 “29일 관련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사를 감독하는 감리의 기능을 내실화하기 위한 방안도 도입된다. 먼저 주요 구조부 결함 등 중대 위험에 대해서는 감리에 공사 중지 명령을 의무화하고, 이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감리자의 고의·과실이 없는 경우 감리에는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현재도 감리자에게 공사 중지권이 부여돼 있지만, 공사 지연 등에 대한 책임 소재 문제로 감리자가 최소한의 의무만 이행하고 있어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한편 국토부는 이날 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법이 정한 가장 엄중한 처분을 내려줄 것을 관할 관청인 서울시에 요청했다. 현행법상 가장 엄중한 처분은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으로, 국토부가 사실상 등록말소를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국토부 의견 검토, 청문 절차 등을 거쳐 이르면 오는 9월 안에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처분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등록말소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낸 동아건설산업 외에는 전례가 없던 조처로, 건설사에는 치명적이라고 보고 있다. 건설업 등록이 말소되면 영업이 중단되는 것은 물론 과거 공사실적, 브랜드 등이 아예 말소되기 때문에 유사한 이름의 회사를 다시 설립해도 실질적인 영업 활동은 불가능해진다. 기존의 공사는 계속 수행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수주해놓은 사업장의 계약 해지로 협력업체와 고객 등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날 서울시는 법령 상 한계를 이유로 처분 수위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 건설혁신과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처분은 법과 시행령에 따라서 해야하는데, 건설산업기본법(건산법)과 시행령에는 어떤 때 등록말소를 하고 어떤 때 영업정지를 하는지 구체적으로 나와있지 않다. 법률 전문가들 자문도 구했는데, 많은 분들이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등록말소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서울시는 국토교통부에 관련 내용 질의도 하고, 법령 개정 건의도 했는데 아직 답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서울시가 법령을 오인한 것 같다. 건산법 83조에 따르면 등록말소와 영업정지 1년이 가능하다”며 “서울시가 등록말소나 영업정지 1년 가운데 선택하면 된다”고 말했다.
최종훈 손고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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