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정아이파크 사고 현장.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 1월 광주에서 발생한 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 화정아이파크의 외벽 붕괴사고는 시공·감리 등 총체적인 관리부실이 원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14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공사 현장 붕괴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1월11일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 201동 공사현장에서 최상층인 39층 바닥슬래브 콘크리트 타설 작업 완료 직후 피아티(PIT)층 바닥이 붕괴되면서 시작됐다. PIT층은 38층과 39층 사이에 배관 등을 설치하기 위한 별도의 공간이다. 39층 하부부터 시작된 건물 붕괴는 23층까지 진행돼 16개 층 이상의 슬래브, 외벽, 기둥이 연속적으로 붕괴하는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6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조위는 건축 구조·시공 안전성 측면의 사고원인을 크게 3가지로 꼽았다. 조사 결과 당시 현장에서는 39층 바닥 시공 방법과 지지방식을 당초 설계와 다르게 임의로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바닥 시공 방법이 일반슬래브에서 데크슬래브로 바뀌었고 콘크리트를 타설하면서 PIT층에 동바리(가설지지대)를 설치하지 않고 대신 콘크리트 가벽을 설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PIT층 바닥에 작용한 하중이 설계상에서 예상한 10.84kN/㎡보다 2.26배 높은 24.49kN/㎡으로 늘어났고, 하중도 중앙부로 집중되면서 붕괴를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36~38층 3개 층에 있어야 하는 동바리가 조기에 철거돼 건물의 연속 붕괴를 유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건축공사 표준시방서에 따르면 시공 중인 고층 건물의 경우 최소한 아래 3개 층에 동바리를 설치해 위에서 내려오는 하중을 받아줘야 하는데 사고 당시 현장에서 동바리는 철거되고 없었다. 동바리 조기 철거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경찰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콘크리트 강도가 기준에서 크게 미달한 것도 사고를 키운 원인으로 꼽혔다. 사조위는 붕괴 건축물에서 채취한 콘크리트 시험체의 강도를 시험한 결과 총 17개 층 가운데 15개 층의 콘크리트 강도가 허용 범위인 기준 강도의 85%에 미달해 불합격 수준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특히 37층 슬라브와 38층 벽 등은 기준 강도(24㎫)의 허용범위인 85%(20.4㎫)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9.9㎫, 9.8㎫로 각각 조사됐다. 콘크리트 강도가 부족하면 철근과 잘 붙지 않아 안전성 저하로 이어진다.
사조위는 “콘크리트 품질 저하의 주요 원인은 원재료 불량, 제조 및 타설 단계에서 추가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시공관리와 감리에서도 건설자재의 품질관리 체계가 매우 미흡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시공사와 감리의 공사관리도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산업개발은 아파트 구조설계를 변경하면서 건축구조기술사에게 검토 협조를 누락했으며 감리단은 거푸집 설치 및 철근 배근, 콘크리트 타설 등 세부 공정을 제대로 검측하지 않았다. 특히 36~39층에서 동바리가 제거된 상황을 검측하지 못하고 후속 공정을 승인한 것은 이번 사고가 대형 사고로 이어지게 만든 원인으로 꼽혔다.
조사위는 사고원인 분석 결과에 따라 △관련법령 및 건설기준의 이행준수 확인절차 개선 △공사감리의 독립적 지위 및 업무기능 강화 △건설자재납품 및 시공품질관리 강화 △협력업체 협력관리 제도개선 등의 재발방지 방안을 제시했다.
김규용 사조위원장(충남대 교수)은 “최종보고서는 지금까지 분석된 조사결과 등을 정리하고 세부적인 사항을 보완해 약 3주 후 국토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영국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사조위의 원인조사 결과를 엄밀히 검토해 제재 방안을 포함한 재발방지책을 3월 중에 발표할 계획”이라며 “사건이 중하고 사고 재발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에 법령이 정하는 가장 엄정한 처벌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부실시공 업체는 건설업 등록 말소나 1년 이내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기우식 ‘현대산업개발 퇴출 및 학동·화정동 참사 시민대책위원회’ 대변인은 “무단 구조변경과 부실한 감리는 건설업계에 만연한 관행으보 보인다. 붕괴한 17개층 중 15개층의 콘크리트 강도가 기준 미달이었다는 점에서 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모든 아파트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도 무단 구조변경, 동바리 조기 철거, 콘크리트 강도 미달 등을 사고 원인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광주지검은 이날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와 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현장소장 등 현대산업개발 관계자 5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시공사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등 15명, 불법 하도급 혐의로 하청업체 대표 등 5명 모두 19명(중복 1명 제외)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