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양현대 재건축 단지 투시도. HDC현대산업개발 제공
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 공사 현장의 잇딴 대형 붕괴사고에도 불구하고 경기 안양시 동안구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따내는 이변을 연출했다.
6일 건설·정비업계에 따르면, 관양현대 재건축 조합이 5일 개최한 시공사 선정 임시총회 투표에서 현대산업개발은 총 959표 가운데 509표를 얻어 417표에 그친 롯데건설을 따돌리고 시공사로 선정됐다. 기권은 33표였다.
지난달 11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이전까지는 현대산업개발이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었지만, 붕괴사고 이후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일부 주민은 ‘광주 붕괴사고를 일으킨 회사는 떠나달라’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위기감을 느낀 현대산업개발은 유병규 대표이사가 지난달 15일 조합에 자필 사과문을 보낸데 이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죽을 각오로 다시 뛰겠다’는 현수막을 단지 내에 게시했다. 현대산업개발은 특히 관리처분 총회 전 시공사 재신임 절차를 밟기로 했고 가구당 7천만원 사업추진비 지급, 대물변제 통한 조합원 이익보장 등을 제시했다. 또 부실시공 우려를 덜기 위해 안전결함 보증기간 30년 확대, 매달 공사 진행 현황 및 외부전문가 통한 안전진단 결과 보고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한 대형건설사 임원은 “광주 붕괴사고로 위기에 처한 현대산업개발이 이번 재건축 수주는 회사가 손해를 보더라도 반드시 따야한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조합원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면서 제시한 파격적인 사업 조건들이 통했다”고 짚었다. 그러나 사업 이익을 매개로 한 건설사와 조합원들의 이번 ‘동행’은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관양현대는 현재 지상 최고 15층, 12개 동, 904가구에서 재건축을 통해 지하 3층~지상 32층, 15개 동, 1305가구로 변모할 예정이다. 추정 공사비는 4200억원에 이른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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