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거래량이 아파트 거래량을 6개월 연속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아파트값 급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빌라로 주택구매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에서 ‘빌라’로 불리는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건수(신고일 기준)는 총 4522건으로, 아파트 매매 건수(3010건)의 1.5배 수준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 신고 기간이 3주 가량 남아있어 지난달 매매 건수는 더 증가하겠지만, 다세대·연립이나 아파트 거래 모두 같은 시점을 기준으로 비교한 것이어서 이런 추세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아파트 거래량이 다세대·연립주택보다 많은 편이지만 올해 들어서는 1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거래량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월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5839건으로 아파트 거래량(5789건)을 근소하게 앞질렀는데, 3월은 5130건으로 아파트(3787건)보다 35.5% 많아지며 차이를 벌렸다. 이 격차는 4월 56.5%(빌라 5702건·아파트 3656건)까지 벌어졌고, 5월에는 24.8%(5969건·4783건)로 줄었다가 지난달 53.8%로 다시 벌어졌다.
지난달 빌라 거래를 지역별로 보면 은평구(551건·12.2%), 강서구(415건·9.2%), 도봉구(336건·7.2%), 강북구(323건·7.1%) 등 차례로 많았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곽 지역에 실수요가 몰리면서 다세대·연립주택 매매도 활발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거래가 늘면서 다세대·연립 매매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케이비(KB)국민은행의 케이비리브부동산 월간 조사를 보면, 서울의 연립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8월 3억113만원으로 처음 3억원을 넘긴 뒤 11월 3억1343만원, 올해 1월 3억2207만원, 지난달 3억2980만원으로 올랐다.
부동산 업계에선 최근 집값 상승에 불안감을 느낀 신혼부부와 20·30세대가 주로 역세권 신축 빌라를 거주용으로 매입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는 투자 목적으로 빌라 매입에 나서기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4 대책’에서 이 대책 발표 후 매입한 빌라가 있는 지역이 추후에라도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지구로 지정되면 입주권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하기로 했다가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일로 적용 시점을 미룬 바 있다. 그러나 당정의 이런 방침이 알려진 것이 지난 6월 중순이었고 공특법 개정안은 6월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실제 개발 예정지에서 입주권을 노린 빌라 매수는 많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시내 저층주거지와 역세권 등에서 좀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증여용, 장기 투자용으로 빌라를 구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공공개발은 현금청산되는 위험이 있지만 민간 재개발·재건축은 그런 제약이 없고 장기적으로 민간개발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며 “그러나 다세대·연립은 집값이 하락할 때는 아파트처럼 거래가 쉽지 않아 ‘깡통주택’(매맷값이 전세가 이하로 하락한 주택)이 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묻지마식’ 추격 매수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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