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일명 ‘빌라’로 불리는 다세대·연립주택의 매매 거래량이 아파트 거래량을 넉달 연속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아파트값 급등, 전셋값 상승 등이 겹치면서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빌라 매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4일 서울시의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건수(계약일 기준)는 총 3481건으로, 아파트 매매 건수(1665건)보다 2.1배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를 지역별로 보면 도봉구(382건), 강서구(323건), 은평구(293건), 강북구(258건) 등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했다.
통상 아파트 거래량은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보다 많지만 올해는 1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거래량 역전 현상이 빚어졌다. 1월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5866건으로 아파트 거래량(5771건)을 근소하게 앞질렀는데, 2월은 4422건으로 아파트(3853건)보다 14.7% 많아졌고, 3월은 5071건으로 아파트(3735건)보다 35.8% 많아졌다. 이어 지난달은 아파트 거래량의 2.1배 수준으로 격차를 더 벌렸다.
부동산 업계에선 지난해부터 아파트값이 급등하고 전셋값도 뛰면서 무주택자들이 아파트보다 저렴한 빌라로 눈을 돌리면서 거래량 증가를 불러온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4 주택공급 대책’과 보유·양도소득세 중과세 등 영향으로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아파트 거래량이 줄어든 데 따른 반사 효과도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7523건에 이르렀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3월 3735건으로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4월 매매량은 1665건인데 아직 신고 기한(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이 남아있어 약 2천건대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거래량이 늘어난 다세대·연립주택 매매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케이비(KB)국민은행의 월간 조사에서 서울의 연립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8월 3억113만원으로 처음 3억원을 넘긴 뒤 11월 3억1343만원, 올해 1월 3억2207만원, 지난달 3억2648만원으로 매달 상승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선 최근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실수요자 대출 규제 완화가 주택거래 시장에 끼칠 영향도 주목하고 있다. 당정은 재보궐선거 참패를 계기로 20·30세대의 주택 마련이 쉽도록 주택담보 대출 때 소득 기준과 주택담보비율(LTV) 등을 상향조정할 방침이다. 현재 서울에선 부부합산 연소득 8천만원 이하(생애최초 구입자 9천만원 이하)인 가구가 6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 우대 조건인 주택담보대출비율(LTV) 50%를 적용받고 있지만 최근 집값 상승 여파로 6억원 이하의 아파트를 찾기가 쉽지 않은 현실 등을 고려한 것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주담대 비율을 높일 경우에는 실수요자들이 다세대·연립주택을 구입하기도 한결 쉬워지겠지만 주택가액 기준을 9억원 수준으로 상향조정한다면 중소형 아파트 거래를 촉진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짚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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