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자금난에 제주항공이 1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며 급한 불을 끄는 모양새다. 다만 국제선 여객 수요가 이전처럼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스타항공 인수까지 겹치면서 경영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2일 제주항공은 장 초반부터 주가가 전날보다 약 3.8%가량 떨어졌다가 마감 직전 급등하며 1% 내린 1만9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제주항공은 전날인 21일 운영자금과 채무상환 목적으로 17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제주항공의 올해 1분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80억원에 불과하다. 직원 휴직 등으로 월 현금 소진액을 500억원에서 300억~400억원까지 축소했지만, 2분기 안에 모두 소진될 수밖에 없다. 이번 유상증자는 올해 하반기를 위한 실탄인 셈인데, 이마저도 충분치는 않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2분기 제주항공의 국제선 수송 객수는 전년 동기 대비 87.6% 감소하고 전체 매출액도 73.1% 줄어든 84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행 제한이 지속될 경우 올해 말에 추가 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스타항공 인수 건도 다른 항공사에는 없는 주요 변수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가(545억원) 중 계약금을 제외한 426억원 잔금 납부가 남아있는 상태다. 최근 협상 과정에서 제주항공 쪽은 이스타항공에 대주주의 200억원 사재출연을 요구하면서 딜이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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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가 확실시되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인수금융 1700억원을 받게 되고 기금산업안정기금 지원을 받을 가능성도 크지만, 업황이 언제 호전될지 확신하지 못하면서 단기간의 현금 유출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정연승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운항 정상화 여부가 불확실한데 이스타항공 인수 후 유동성 유출 속도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유상증자로 정부의 추가 지원 가능성과 시장으로부터 자금 융통은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강성진 케이비(KB)증권 연구원은 “인수를 제외하고 올해 제주항공이 조달해야 하는 자금은 2438억원으로 추정돼 이번 유상증자만으로는 올해 필요한 현금을 모두 확보할 수 없다”면서도 “유상증자와 같은 자구안이 인정받으면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유리해지고 강화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차입도 용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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