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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자본확충·지배구조 개선…조원태 경영 ‘본격 시험대’

등록 2020-03-29 17:58수정 2020-03-30 02:31

조 회장 “추가 자본확충 추진”
유상증자 가능성 한층 더 커져

이사회 독립성 강화 등 숙제 속
이사선임 문턱 낮춘 정관변경 논란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지난 27일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며 그룹 경영권을 수성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본격적인 경영능력 시험대에 오른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영 위기 대책 이외에도 경영권 분쟁의 빌미를 제공했던 불투명한 지배구조 개선 등 조 회장 앞에 놓인 숙제가 첩첩산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부채비율 871%…증자 가능성 커져

조 회장이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 할 과제는 대한항공 위기 타개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27일 기준 115개 국제선 노선 대부분이 비운항·감편된 상태다. 지난 2월부터 3월28일까지 대한항공 여객 수는 223만명으로 전년 동기(523만명) 대비 반 토막 났다. 조 회장은 29일 입장문을 내고 “항공업계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커다란 위기에 직면했다”며 “기존에 발표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등 유휴자산 매각과 더불어, 이사회와 협의해 추가적인 자본확충 등으로 회사의 체질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했다.

조 회장이 ‘추가적인 자본확충’을 언급하면서 대한항공 유상증자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증권가에서는 대한항공이 유상증자로 자본을 늘려 부채비율을 낮출 거란 전망을 해왔다. 부채비율이 더 높아지면 신용등급 하락 및 외부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연결 감사보고서 기준 871%다. 이 같은 불안정한 재무구조 탓에 대한항공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BBB+)은 최근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의 ‘하향 검토’ 대상에 올랐다.

강성진 케이비(KB)증권 연구원은 지난 18일 보고서에서 “대한항공이 올해 외부에서 확보해야 하는 자금은 투자자금, 차입금 만기 상환 등을 고려하면 2조2천억원 규모”라며 “이 같은 규모의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서는 자본보충과 같은 신용 보강 또는 자산 매각 조처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대한항공은 2017년에도 신용등급이 하락(BBB)하자 4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지배구조 개선 진정성 없다”

지배구조 개선도 숙제다. 한진그룹은 이번 주총을 통해 한진칼 사외이사 비중을 전체 73%로 늘렸다는 점을 강조했고, 조 회장도 이번 주총 인사말에서 “지배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개선하겠다”고 재차 언급한 바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한진그룹 제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한진그룹 제공

하지만 조 회장을 향한 압박은 거세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이 한진칼 지분을 계속 사들이는 등 장기전을 시사했고, 시민단체도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조 회장의 진정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어서다. 이번 주총에서는 주주연합이 제안한 전자투표제 도입, 배임·횡령 이사 해임 같은 정관변경안도 ‘표 대결’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모두 부결됐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이사회 독립성 강화 및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개선안건 통과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주주가치 제고 및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조 회장의 공언이 여론을 의식한 시늉에 불과했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진그룹이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배경에 오너 리스크와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이 있음을 고려하면, 조 회장이 지배구조 개선을 게을리해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7일 열린 대한항공 주총에서 이사선임 문턱을 낮추는 내용의 정관변경안이 통과된 것도 논란거리다. 당초 대한항공 이사선임은 출석주주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는 특별 결의사항인데, 이번 주총에서 출석주주 과반만 찬성하면 되는 일반 결의사항으로 바뀌었다. 내년 대한항공 주총에는 조원태 회장의 재선임안이 상정된다. 참여연대는 “이미 20년간 유지된 정관을 변경하는데 충분한 사유가 되지 못한다. 향후 지배주주의 이사선임을 원활히 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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