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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조현아, 오너경영 안 된다 해…전문경영인·독립 이사회가 답”

등록 2020-03-10 20:09수정 2020-03-11 10:32

[한진칼 ‘주주연합’ 서윤석 사외이사 후보 인터뷰]
“한진칼 분쟁 남매간 다툼이라면
내가 거기 관여하려고 들어왔겠는가
무능한 경영진과 주주 간의 싸움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경영에 실패한 CEO 해임해야
3·4세로 갈수록 오너리스크 커”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주주연합’이 한진칼 사외이사 후보로 내세운 서윤석 이화여대 경영대학 명예교수가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센터 케이씨지아이 회의실에서 한진그룹과 관련된 이야기 등을 하고 있다.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주주연합’이 한진칼 사외이사 후보로 내세운 서윤석 이화여대 경영대학 명예교수가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센터 케이씨지아이 회의실에서 한진그룹과 관련된 이야기 등을 하고 있다.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게(한진칼 경영권 분쟁) 남매간 다툼이라면 내가 거기 관여하려고 들어왔겠습니까.”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케이씨지아이(KCGI) 사무실에서 만난 서윤석(65) 이화여대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이 싸움은 ‘남매의 난’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케이씨지아이·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이 뭉친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이하 주주연합)의 추천을 받은 사외이사 후보다. 오는 27일 한진칼 주주총회에 그의 이사 선임 안건이 상정된다. 주주연합은 주총에서 승리할 경우, 그에게 이사회 의장 맡길 예정이다. 조원태 회장 쪽 지분은 델타항공 등 우호지분을 포함해 33.45%이고 주주연합은 31.98%를 보유하고 있어 1.47%포인트 차이가 난다.

서 교수는 미국 유시엘에이(UCLA) 조교수, 일리노이대(어바나 샴페인 캠퍼스) 종신교수와 이화여대 교수를 지냈다. 20여년 간 에스케이(SK)·포스코·엔씨소프트 등에서 사외이사를 맡아 기업 현장에도 밝은 학자로 꼽힌다. 그는 “오너(총수) 일가 3, 4세로 내려갈수록 오너 리스크는 커진다”며 “조원태·조현아, 그 누구도 경영에 참여해선 안 된다. 전문경영인 도입과 독립적인 이사회가 기업을 살리는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서 교수와 일문일답.

- 주주연합의 사외이사 제안 수락 배경은?

“(주주연합 쪽과) 인연은 전혀 없다. 주주연합이 사외이사 후보를 물색할 때 내 이름이 나왔다고 한다. 주주연합의 제의를 받기 전부터 오너 경영의 폐해를 인식하고 과점주주체제가 답이라고 생각해왔다.”

- 주주연합에 참여한 조현아 전 부사장은 총수 일가로서 경영에 참여했고, 갑질 논란 중심에도 섰다.

“주주연합에서 저를 이사 후보로 추천한다는 얘기를 듣고 제일 먼저 한 질문도 그 대목이었다. ‘조 전 부사장이 어떻게 들어가 있는가?’ 나는 조원태 회장은 물론 조 전 부사장도 경영에 참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왔다.”

- 조 전 부사장과 대화를 해봤나?

“직접 물어볼 기회가 있었다. 아주 강하게 ‘대한항공은 오너경영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더라. 진정성이 느껴졌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만든 회사가 (3세 경영으로) 망가져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주주연합 참여자가 모두 절대로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맹약을 맺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희망을 가져도 될 듯해 (이사 후보 제안을) 수락했다.”

- 한진그룹의 가장 큰 문제는?

“이 싸움은 오너 일가 간 다툼이 아니다. 경영을 제대로 못 하는 현 경영진과 주주 간의 싸움이다. (2019년 9월 말 기준)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922%에 이른다. 경영 실패다. 조 회장은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한항공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경영에 실패한 시이오(CEO·최고경영자)를 해임하거나 사퇴하라고 해야 하는데 이사회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 총수 경영의 장점은 없는가?

“전문경영인 체제가 좋은가, 오너 경영 체제가 좋은가는 중요한 화두다. 전문경영인은 오너에 비해 회사에 대한 애정이 적다. 임기가 짧아 단기 업적에 더 신경을 쓰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오너 경영은 오너의 도덕적 해이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가 특히 심각하다. (이런 문제는) 창업자에서 2, 3세로 내려갈수록 더 크다.”

- 뛰어난 3, 4세도 있을 수 있지 않나?

“3, 4, 5세로 내려갈수록 지분율은 낮아진다. 기업가치가 떨어져 지분 가치가 낮아져도 오너에게 미치는 효과는 적어진다.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오너의 횡령, 리베이트가 빈번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연봉 문제도 있다. 오너가 각 계열사에서 시이오를 여러 개 맡으면, 그 회사에서 수십억씩 연봉을 받고 주식에 대한 배당도 받는다. (기업가치가 하락해) 주가가 내려가더라도 연봉, 배당 액수가 더 큰 거다.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사익 편취와 다르지 않다.”

- 그 답이 전문경영인이라는 건가.

“그간 ‘한국에선 전문경영인 체제가 왜 성공 못 할까’라는 궁금증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전문경영인 체제가 시작된 곳은 1982년 기아자동차였다. 당시 회장은 전문경영인이었지만, 노조와 결탁하고 이사회가 견제에 실패하면서 전문경영인이 (총수 경영인처럼) 비자금 수천억 원을 만들었다. 그 이후 ‘오너 경영이 아니면 안 된다’는 국민 정서가 생긴 것 같다.”

- 조원태 회장 쪽도 전문경영인 체제를 내세운다.

“한 명의 최대주주가 아닌 과점 주주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한 명의 최대주주가 있으면, 전문경영인이 그 사람의 눈치를 보게 된다. 나는 주주연합 구조가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주주연합이기 때문에 서로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주주연합의 면면이 사모펀드(KCGI), 총수 일가(조현아), 건설사(반도)로 너무 달라서 오는 우려도 있다.

“면면이 같으면 한 명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셋이 다르지만, 그들의 공동 목표는 전문경영인 도입과 이사회의 독립적 운영, 기업가치 극대화다.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경영을 한다면 이사회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 주주연합이 추천한 이사진의 능력에 대한 물음표도 있다. 김신배 이사 후보는 항공업의 문외한 아닌가.

“가령 포스코그룹의 경영은 꼭 ‘철강맨’이 해야 하나? 포스코그룹에는 비철강 분야도 있다. 시이오는 글로벌 관점과 4차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춰야지, 항공 분야의 세세한 부분은 시오오(COO·최고운영책임자)급에서 하면 된다. 시이오가 ‘내가 항공을 아니까 나를 따르라’가 아니라, 항공을 잘 아는 사람이 있으면 그쪽에 위임하는 것이다.”

- 한진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방안은 어떻게 되나.

“대한항공 재무구조 개선은 대한항공 이사회의 몫이다. (내가 추천된) 한진칼 이사회에서 피드백을 줄 수 있다. 부채비율을 200~300%대로 낮추고, 경제적 부가가치(EVA·투자한 자본의 자본비용을 빼고 실제로 얼마나 이익을 냈는가를 보여주는 경영지표)가 흑자가 되는 걸 경영 정상화라고 본다.”

- 주주연합이 기업가치 극대화를 명분으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거란 전망도 있다.

“경비 절감 차원에서 사람 먼저 자르는 건 가장 비겁한 방식이다. 경비의 가장 큰 부분은 간접비이다. 이것만 잡아도 사람을 자를 일이 없다. 인적 구조조정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이번 주총에서 패배하면 어떻게 되나?

“이사회 과반수를 못 얻더라도 주주연합에서 추천한 이사가 한두명이라도 들어간다면, (조 회장에) 독립적 이사회 운영이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이란 인식을 줄 거라 믿는다. 조 회장이 연임하더라도 주주연합이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감시 그룹으로서 구실을 할 수 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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