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산업·재계

군살 빼는 대형마트…지켜보는 직원들은 피 마른다

등록 2020-02-18 05:00수정 2020-02-18 10:03

위기의 오프라인 유통시장

이마트·롯데마트 영업실적 급감
온라인 쇼핑·1인 가구 변화 놓쳐
외국계 유통공룡 밀어낸 성장 무색
토종 마트, 2018년 이후 내리막

대규모 사업 철수·폐점 ‘체질개선’
8만명 마트 노동자들에 불똥 우려
“소매유통 일자리 전체 위험 노출”
그래픽_김지야
그래픽_김지야

지난 13일 백화점과 대형마트, 슈퍼 등을 운영하는 롯데쇼핑이 점포 30%를 차례로 정리한다고 밝힌 뒤 유통업계 전반에 구조조정 바람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롯데와 함께 대형 유통시장을 분점하고 있는 이마트도 지난해부터 점포 새 단장과 개편 등에 나서며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8만명에 이르는 대형마트·백화점 종사자의 인력 조정에 대한 우려도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상륙 20여년 만에 대형마트 시장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1993년 서울 도봉구 창동에 이마트가 들어선 뒤 줄곧 대형마트는 점포 수와 매출을 늘리며 승승장구했다. 대형마트는 대형 물류창고와 박리다매 전략을 앞세워 문방구와 동네 슈퍼 등 영세 자영업자들의 영역을 빼앗으며 유통 분야 혁신의 상징으로 불렸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세계 1~2위 소매유통업체인 미국 월마트와 프랑스 까르푸 등 국외 유통 공룡의 공격에도 토종 대형마트들의 성장세는 흔들리지 않았다. 외려 급격한 성장에 따라 ‘골목상권 침해’란 사회적 논란을 불렀다.

정보기술(IT) 혁신에 따른 온라인 쇼핑의 부상, 1인가구의 증가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등으로 대형마트의 성장세가 꺾인 뒤 영업이익이 하락하고 있어 점포와 인력의 구조조정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국내 8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돼 지난달 31일 휴업한 이마트 전북 군산점에 쇼핑카트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군산/연합뉴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거침없던 대형마트의 고속 성장은 2018년에 제동이 걸리더니 그 뒤로는 급격한 내리막을 타고 있다. 이는 영업 실적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2011년 신세계에서 분할된 이마트의 영업이익(별도기준)은 추세적으로 늘어났으나 2018년에 전년 대비 23.4%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엔 또다시 50%나 급감했다. 롯데마트의 이익 흐름도 이와 비슷하다. 롯데마트의 영업이익은 2017년 400억원에서 2018년 80억원으로 크게 줄더니 지난해엔 적자로 전환해 25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문가들은 대형마트의 성장세가 꺾인 이유를 정보기술(IT) 혁신에 따른 온라인 쇼핑의 부상과 1인가구의 증가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등 근본적 변화에서 찾는다. 기업 신용평가 회사인 한국기업평가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보고서(2020년 산업전망―소매유통 부문)를 보면, 2016년 15.5%였던 전 품목의 평균 온라인 침투율은 2019년 3분기(7~9월) 현재 28%까지 뛰어올랐다. 2년이 채 안 돼 대형마트에서 파는 품목의 판매액 100억원 중 온라인 판매가 15억원 수준에서 3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는 뜻이다. 이 기관은 “1인가구 증가 등에 따른 소포장 제품 수요 증가와 근접성의 중요도 상승, 신선식품 배송 기술 개선 등으로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에 가야 할 이유가 줄고 있다”고 짚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도 “오프라인 유통업이 설 땅은 구조적으로 좁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당분간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 운영 기업들은 군살 빼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밝힌 ‘점포 30% 새 단장’ 목표에 따라 식료품점을 강화하는 매장 개편을 단행하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직접 홍보에 나섰던 잡화점 ‘삐에로쑈핑’, 드러그스토어 ‘부츠’ 등 전문점도 철수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마트·슈퍼·롭스 등 700여개 점포의 30%인 200여개 점포를 3~5년에 걸쳐 정리하는 전례 없는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조용선 에스케이(SK)증권 연구원은 “가장 큰 규모의 구조조정은 슈퍼(SSM)가 될 것으로 보인다. 521개점 중 70개 이상이 폐점할 전망”이라며 “할인점은 125개 점포 중 향후 5년간 50개 이상 폐점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사업 구조조정은 일자리로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의 대형종합소매업 현황 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 전국의 백화점, 대형마트 등 대형종합소매업 종사자 수는 8만명에 이른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경우 점포 1곳당 정규직만 적게는 100~150명, 많게는 300명 이상이고, 명절 때 단기 아르바이트까지 포함하면 500명에 이를 때도 있다”고 귀띔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위기가 수천~수만개의 일자리 소멸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서용구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소매유통산업 일자리 전체가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마트 노동조합(마트노조 롯데마트지부)은 지난 16일 성명을 내어 “점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혹시나 우리 매장이 폐점되는 건 아닌지 불안과 걱정 속에서 세월을 보낼 것이다. 구조조정안에는 노동자에 대한 걱정이 단 하나도 없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게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1.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게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2.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조원 비과세 배당’ 우리금융 주가 급등…감액 배당이 뭐죠? 4.

‘3조원 비과세 배당’ 우리금융 주가 급등…감액 배당이 뭐죠?

‘트럼프 관세’ 다음 타깃은 자동차·반도체…수출기업 비상 5.

‘트럼프 관세’ 다음 타깃은 자동차·반도체…수출기업 비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