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의 위기는 한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미국·유럽·일본 등지에서도 전자상거래 업체의 영향력 확대에 따라 대형 점포를 정리하고 인력을 조정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지난해 소매유통점포 9천곳의 문을 닫은 미국은 현재까지 공개된 폐점 예정 수만 1200개다. 블루밍데일 백화점과 할인점 메이시스 백스테이지 등을 운영하는 미국의 대형 유통체인 ‘메이시스’는 점포 870곳 중 125곳을 없앨 계획이라고 지난 4일(현지시각) 밝혔다. 해당 발표를 다룬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를 보면, 메이시스는 향후 3년간 실적이 저조한 매장을 차례로 폐점하고 직원 2천명을 줄일 예정이다. <뉴욕 타임스>는 감축 예정인 2천개 일자리에는 폐점 매장과 남아 있는 점포에서 조정될 일자리는 포함되지 않은 사실을 짚으며, “점포 폐점으로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추가로 없어질지 확실치 않다”고 썼다. 메이시스는 2017년에도 온라인 쇼핑몰과의 경쟁 심화 등으로 매장 100곳을 폐점한 바 있다. 같은 해 115년 역사의 백화점 체인 ‘제이시(JC)페니’도 전체 매장 수의 14%인 138곳의 문을 닫고 직원 5천명을 내보냈다.
유럽 유통기업도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 지난해 8월 <비비시>(BBC) 등은 영국 1위 유통업체 ‘테스코’가 중형 슈퍼마켓인 테스코메트로 153곳에서 4500명을 감축한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고객 70%가 매일 음식을 사러 편의점으로 향하면서 주말 대규모로 장을 보는 고객을 겨냥한 테스코메트로가 비용 압박을 받게 됐다는 해석을 붙였다. 앞서 테스코는 그해 1월 직원 9천명이 일하는 점포 90곳의 식품 판매점을 없앨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2018년에는 영국 백화점 ‘데버넘스’가 점포 50곳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데버넘스는 낮은 임금 성장과 경제적 불확실성과 함께, 더 많은 사람이 백화점을 방문하기보다 온라인 쇼핑을 택하면서 실적이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유통 빅2’ 이온그룹과 세븐앤아이홀딩스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 13일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온은 국내에서 점포망으로는 확고한 위치에 서 있지만 이코머스(전자상거래) 침공에 고전하고 있다. 세븐앤아이도 지난해 백화점, 슈퍼 일부 점포 폐쇄를 발표했다”며 “유통은 (어떤 강자도 없는) ‘0강 시대’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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