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매입으로 한진그룹 총수일가(28.93%)와 2대 주주(15.98%) 케이씨지아이(KCGI)의 경영권 분쟁이 종료될 조짐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진그룹의 낙후한 지배구조 개선 문제는 물건너갔다는 전망이 나오는 한편으로 케이씨지아이가 또다른 반전을 꾀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한진칼 2대 주주로 올라선 케이씨지아이는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고 조양호 한진 회장 등 총수일가를 압박해왔다. 케이씨지아이가 올해 1월 제안한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5개년 계획’을 보면, 케이씨지아이는 “지속해서 제기되는 대주주 일가의 비위행위, 사외이사의 독립성 문제, 과다한 임원 보수 문제로 인해 기업 지배구조 등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며 지배구조위원회·임원보상위원회·임원추천위원회 등의 설치를 요구해왔다. 지난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는 석태수 대표이사에 대해 “조양호 회장의 측근으로 주주권익을 침해한 이력이 있다”며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4.3% 매입을 발표하며 ‘백기사’로 나섰다는 관측에 따라, 케이씨지아이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는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늘리며 백기사로 나서면 총수일가 우호지분은 38.93%에 이르게 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사실상 경영권 분쟁은 조 회장 일가 쪽으로 승기가 굳어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케이씨지아이가 반격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케이씨지아이가 우호지분 확보에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이는데다 총수일가 내부의 경영권 분쟁 등 외부 요인도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케이씨지아이는 한진의 재무건전성과 경영 투명성 문제를 강조해 우호지분을 끌어들이려고 할 것”이라며 “내년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과 함께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반대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현아·원태·현민 3남매와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내부 분쟁이 명확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도 재계에선 예의주시하고 있다.
델타항공을 아직 백기사로 단정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자사 이익에 따라 조 회장과 다른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011년 현대그룹의 백기사였다가 태도를 바꿨던 쉰들러그룹 등을 재계에서는 예로 들고 있다. 케이씨지아이는 지난 21일 델타항공에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함께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강성진 케이비(KB)증권 연구원은 “한진 총수일가가 좀 더 유리해진 모양새지만 아직까지 승리를 확정지었다고 볼 수는 없다”며 “향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은 케이씨지아이의 추가 지분 취득 여부, 조원태 회장 쪽의 상속문제, 델타의 추가 지분 취득에 따른 법적 문제 및 의결권 행사의 제한, 국민연금의 선택 등”이라고 짚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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