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미국명 조 에밀리 리) 전 대한항공 전무가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10일 복귀했다. 지난해 4월 이른바 ‘물컵 갑질’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14개월 만이다. 사회적 물의를 빚어 퇴직한 뒤 여론이 수그러든 틈을 타 기업에 복귀하는 것은 회사와 주주에 피해를 입힌 점 등을 감안할 때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진그룹은 이날 “조현민 전무는 고 조양호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형제간 화합을 토대로 그룹사의 경영에 나서게 됐다”며 “그룹 사회공헌 활동 및 신사업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 전무는 한진칼에서 새로운 수익 사업을 발굴하고 개별 그룹사에서 해온 사회공헌활동을 그룹 차원에서 통합해서 관리하는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진그룹에서는 조 전무의 경영복귀에 대해 “형제간 화합”이라고 설명했으나, 재계에서는 “2대 주주에 맞선 일시적 타협”, “조 회장을 견제하기 위한 복귀”라는 등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조 회장과 현아·현민씨 등 3남매가 조양호 전 회장 별세 뒤 경영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온 탓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갈등이 완전히 봉합된 건 아니지만, 2대 주주 케이씨지아이(KCGI) 공세가 강화되고 있어 일시적으로 손을 잡았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남매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은 밀수 혐의 재판이 진행 중이라, 조 전무만 조 회장 견제 차원에서 복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진그룹은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 동일인(총수) 지정을 두고 가족 간 이견을 드러내, 공정위의 직권 지정을 받기도 했다.
한진그룹은 “(조 전무의 복귀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조 전무는 갑질 논란으로 기업 가치를 훼손한 전력이 있다”며 복귀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조 전무는 지난해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컵을 던진 혐의(특수폭행·폭행·업무방해) 등으로 검찰에 넘겨졌으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 ‘공소권 없음’(특수폭행)과 무혐의(폭행·업무방해) 처분을 받았다. 미국 국적인 조 전무가 2010∼2016년 진에어 등기임원으로 불법 재직한 사실이 드러나며 진에어는 면허취소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박주근 시이오(CEO)스코어 대표는 “조 전무 복귀는 갑질 사태로 피해를 본 주주 등을 고려하지 않고 사회적 가치도 중시하지 않은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도 “보통 사람이었다면 불미스러운 일로 회사를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재벌가가 그룹을 자신의 소유물로 보고 있다는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행태”라고 꼬집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