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로 총수일가가 내야 할 상속세 규모가 윤곽을 드러냈지만 상속세 규모가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데다 2대 주주 케이씨지아이(KCGI)의 견제가 겹쳐 납부 방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9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한진그룹 총수일가가 내야 할 상속세 규모는 지분 상속만 놓고 봐도 약 2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유가증권에 대한 상속세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63조에 따라 조 전 회장의 별세일(4월8일) 두 달 전후인 2월8일~6월7일 4개월간의 종가 평균을 놓고 계산한다.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보면 이 기간 한진칼의 평균 종가는 3만3118원으로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17.84%, 1055만3258주) 가치는 3495억원 가량이 된다. 과세표준 30억원을 초과하는 액수의 기본 세율은 50%고,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상속의 경우 20% 추가 할증돼 총 60%의 상속세율을 적용받는다. 이에 따라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에 대한 상속세만 2097억원에 달할 거라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조 전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우 2.4%, ㈜한진 6.87%, 대한항공 0.01%, 대한항공우 2.4%, 정석기업(비상장) 20.64%의 지분까지 상속받으면 상속세가 2600억원에 달하게 된다.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 가운데 4.23%가 담보로 잡혀있는 점까지 감안하면 상속자금은 더 늘어나게 된다.
당초 시장에서는 상속세를 2000억원 안팎으로 예상했다. 이를 뛰어넘는 액수가 추산되면서, 상속자금으로 쓰일 조 전 회장의 퇴직금과 퇴직위로금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조 전 회장은 생전 한진그룹 계열사 9곳의 이사를 겸임했다. 일부 계열사는 퇴직금 외에 퇴직위로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수천억원’에 달한다는 추산도 가능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조 회장이 이사를 지낸 ㈜한진과 정석기업은 지난 4월19일와 4월25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조 전 회장의 퇴직위로금 지급을 결의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액수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한진칼·한국공항·진에어 등 나머지 계열사의 퇴직금 지급 여부와 액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2대 주주 사모펀드인 케이씨지아이(KCGI)의 공세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씨지아이는 지난달 말 한진칼과 ㈜한진에 대한 검사인을 서울중앙지법에 신청했다. 조 전 회장에 대한 퇴직금과 퇴직위로금 지급이 적법하게 이뤄졌는지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만약 막대한 퇴직금, 퇴직위로금이 이사회 결의로 지급됐다면 이를 근거로 경영 투명성과 지배구조 개편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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