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한진그룹 회장으로 올라서며 경영권 승계작업이 개시됐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KCGI)는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했다. 조 회장 총수일가와 케이씨지아이 사이의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한진칼은 24일 이사회를 열어 한진칼 사내이사이자 고 조양호 회장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고 공시했다. 한진칼 이사회는 “조원태 신임 대표이사 회장의 선임은 고 조양호 회장의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하는 한편, 안정적인 그룹 경영을 지속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그룹 창업 정신인 ‘수송보국’을 계승·발전시키고, 한진그룹 비전 달성이 차질없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선대 회장들의 경영이념을 계승하여 한진그룹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현장중심 경영, 소통 경영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했다.
조 회장을 중심으로 ‘3세 경영’이 개시되면서, 지분 상속과 경영권 방어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고 조양호 회장은 한진칼 지분 17.84%를 보유했는데,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으면서 해당 지분의 상당수를 승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2.34%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31%,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2.30%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3남매는 최대 20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낼 것으로 추정된다.
한진칼 2대 주주인 케이씨지아이(KCGI)가 이날 추가 지분 매입을 공시하면서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전운도 다시 감돌기 시작했다. 이날 케이씨지아이는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해 기존 13.47%에서 14.98%로 늘어났다고 공시했다. 조원태 회장 3남매가 보유한 지분의 2배 이상이다. 케이씨지아이가 여기서 추가로 지분을 매입하게 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신고 요건인 ‘지분율 15%’에 이르게 된다.
조원태 회장은 2003년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차장으로 그룹에 합류한 뒤 이듬해 대한항공 경영기획팀 부팀장으로 대한항공에 입사, 이후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장(상무), 경영전략본부장(전무), 부사장을 거쳐 2017년 1월부터 대한항공 사장을 맡았다.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아직 경영능력을 입증하지 못했는데, 새 회장으로서 이를 입증해 업계의 신뢰를 얻는 것이 최대 숙제”라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