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별세한 뒤 자녀인 조원태 사장, 조현아·현민씨가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상속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 관심이 쏠린다. 부동산 처분, 주식담보대출 등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지분 매각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갈린다.
9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조 회장의 3자녀가 내야 할 상속세는 2000억원 이상일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 회장은 한진칼(17.84%), 대한항공(0.01%), 한진(6.87%) 등을 포함해 유가증권 3400억원가량과 규모가 알려지지 않은 부동산·비상장주식·현금 등을 보유하고 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과세표준 30억원을 초과하므로 기본 세율이 50%이고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상속이므로 여기에 20~30% 추가할증을 적용하여 60~65%의 상속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동시에 기타 재산에 대한 상속세까지 합치면 2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중 4.23%가 하나은행과 종로세무서에 담보로 잡혀있어, 여기에 묶인 부채도 처분하려면 금액은 더 늘어나게 된다.
상속자금 조달 방법이 가장 큰 관심사다. 우선 주식담보대출과 배당이 꼽힌다. 주식담보대출은 대개 주식가치의 50%까지 받을 수 있다. 또한 조 회장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한진칼·한진의 배당을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조 회장 일가가 가진 한진칼·한진의 지분가치가 1217억원이어서 담보로 609억원 수준을 조달할 수 있다”며 “(상속세 납부) 부족금 때문에 일가가 지분을 소유한 한진칼·한진의 배당 증액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배당 확대 가능성은 한진칼 우선주가 이틀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면서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조 회장의 퇴직금·부동산도 있다. 조 회장의 대한항공 퇴직금은 610억원으로 추정되고, 한진칼·한진 임원 퇴직금까지 합치면 더욱 불어난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을 이 퇴직금에 대한 상속세로 내고 남은 수백억원은 지분 상속에 소요되는 자금으로 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조 회장이 보유한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다만 한진그룹 계열사 주식을 물납하거나, 상속 지분을 처분해 상속세를 낼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은 두되, 정석기업 등 비상장회사의 주식은 처분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조 회장 일가가 한진칼 지분을 포기할 가능성은 작아 지분율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며 “특히 이미 지분율(48.3%)이 높은 정석기업의 지분은 추가 인수하기보다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내놨다. 더구나 한진칼 지분을 내놓게 된다면 2대 주주(13.47%)인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KCGI)의 공세가 강화되고 경영권이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
주식담보대출과 부동산 처분 등으로 충분히 상속자금을 마련할 수 있으므로 주요기업의 지분 처분까지는 나아가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주근 시이오(CEO)스코어 대표는 “상속세 액수가 많다고는 하지만 경영권을 포기하려는 게 아닌 이상 지분으로 상속세를 내려고 하진 않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자금을 만들어 경영권을 지키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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