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한진그룹 3세 경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나, 업계에서는 상속세 부담으로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 조 회장 일가의 지배력 유지를 위해 지주회사 한진칼의 배당성향이 급격히 높아질 가능성 등을 내다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8일 0시16분께(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현지에서 조 회장이 지병인 폐질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지난해 11월 미국으로 건너가 수술을 받았으나 최근 상태가 나빠졌다고 한다.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가족이 임종을 지켰다고 대한항공 쪽은 전했다.
조 회장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한진그룹 3세들이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을 어떤 비율로 상속받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진그룹 지배구조는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정점으로 ‘한진칼→대한항공→손자회사’로 이어진다. 한진칼 지분 상속이 곧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승계받는 구조다. 현재 조 회장 일가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28.93%다. 조 회장이 17.84%를, 조원태·현아·현민씨는 2.34%, 2.31%, 2.30%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의 3남매 중 장남인 조원태 사장의 승계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본다. 조 사장은 2003년 그룹에 합류해 2017년 1월 대한항공 사장에 올랐다. 이듬해 3월 대한항공 사내이사로 선임된 조 사장은 조 회장이 지난 3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면서 사주 일가 중 유일하게 대한항공 경영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앞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땅콩 회항’, ‘물컵 갑질’ 등으로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조 사장의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룹을 승계받기 전 일시적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거나, 조현아·현민씨가 경영에 복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주근 시이오(CEO)스코어 대표는 “조원태 사장을 중심으로 승계가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이나 상당 기간 전문경영인 체제로 갈 가능성도 있다”며 “현재 경영권에서 배제된 상태이나 지난 이력을 고려해 칼호텔네트워크는 조현아 전 부사장, 진에어는 조현민 전 전무 등으로 (경영권 승계를) 정리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순조로운 승계를 위해선 상속세도 넘어야 할 걸림돌이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상속세율 50%를 적용하면 조 회장 가족이 내야 하는 상속세는 1727억원 수준”이라며 “상속을 포기하고 주주들과의 빅딜을 통해 일가족은 임원 자리를 유지하면서 회사를 전문경영인에게 넘겨줄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상속세 자금 마련을 위한 한진칼과 한진의 배당 증액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승계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이 불거질 수도 있다. 케이씨지아이(KCGI)와 국민연금공단의 한진칼 보유 지분을 합치면 20.81%다.
한진그룹 계열 주식은 이날 경영권 분쟁 가능성과 배당 증액 전망까지 더해지며 급등세를 연출했다. 한진칼은 주당 3만400원으로 20.6% 폭등했고, 한진칼 우선주는 장이 열리자마자 치솟아 가격제한폭(29.9%)까지 오른 채 마감됐다. 한진은 11.1%, 대한항공은 1.8%, 진에어는 3.4% 올랐다.
신민정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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