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그래픽_장은영)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별세하면서 한진그룹 3세 경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회장의 3남매 중 장남인 조원태 회장의 승계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전망되는 가운데, 전문경영인 체제를 거쳐 조현아·현민씨의 경영복귀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속세 부담으로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 조 회장 일가의 지배력 유지를 위해 지주회사 한진칼의 배당성향이 급격히 높아질 가능성 등도 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한진그룹의 승계는 조양호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을 3남매가 어떤 비율로 상속받는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한진그룹 지배구조는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정점으로 ‘한진칼→대한항공→손자회사’로 이어진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최대주주이면서 진에어(60%), 칼호텔네트워크(100%)를 소유하고 있다. 한진칼 지분 상속이 곧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승계받는 구조인 것이다. 현재 조 회장 일가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29.93%다. 조 회장이 17.84%를, 조원태·현아·현민씨는 2.34%, 2.31%, 2.30%를 보유하고 있다.
조원태 사장은 조 회장의 자녀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어 그룹 승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조 사장은 2003년 8월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 차장으로 그룹에 합류해 대한항공 경영기획팀 부팀장, 여객사업본부 본부장(상무), 경영전략본부장(전무), 화물사업본부장(부사장), 총괄부사장 등을 거쳐 2017년 1월 대한항공 사장에 올랐다. 이듬해 3월 대한항공 사내이사로 선임된 조 사장은 조양호 회장이 지난 3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면서 사주 일가 중 유일하게 대한항공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앞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땅콩 회항’, ‘물컵 갑질’ 등의 논란으로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한 8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 조기가 걸려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다만 조 사장이 본격적인 경영능력을 발휘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향후 중대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이 대표이사로 재임 중인 2년간 대한항공은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미국 델타항공과의 조인트 벤처 등으로 수익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를 조 사장만의 능력이라고 보기엔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는 “조 사장이 실력으로 사장 자리에 올랐다기보다는 조 회장의 장남으로 올라간 경우라 경영능력을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도 지난 3월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실패 이후 “조원태 사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최고경영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총수일가가 경쟁 없이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될 경우 그룹을 위기로 내몰 수 있다”고 했다.
조원태 사장이 그룹을 승계받기 전 일시적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거나, 조현아·현민씨가 경영에 복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주근 시이오(CEO)스코어 대표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조원태 사장을 중심으로 승계가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이나 상당 기간 전문경영인 체제로 갈 가능성도 있다”며 “현재 경영권에서 배제된 상태이나 지난 이력을 고려해 칼호텔네트워크는 조현아 전 부사장, 진에어는 조현민 전 전무 등으로 (경영권 승계를) 정리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총수 일가로의 승계가 순조롭게 이뤄지기 위해선 상속세도 넘어야 할 장애물이다. 조 회장의 지분을 자녀들이 넘겨받을 때 내야 할 상속세 규모는 1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조양호 회장 보유 유가증권의 가치는 약 3454억원이며 여기에 상속세율 50%를 (단순) 적용하면 조 회장의 가족이 내야 하는 상속세는 1727억원 수준”이라며 “여론의 공격에 상속을 포기하고 주주들과의 빅딜을 통해 일가족은 임원 자리를 유지하면서 회사를 전문경영인에게 넘겨줄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상속세 자금 마련은 주식담보대출과 배당을 통해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박 연구원은 “주식담보대출의 경우 조 회장 일가가 가진 한진칼과 한진 지분 가치가 1217억원인데 보통 평가가치의 50%까지 대출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달 가능 금액은 609억원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나머지 상속세 재원 1100억원은 배당을 통해 마련할 가능성이 크지만 “지난해 조 회장 가족이 받은 배당금은 약 12억원 수준으로 5년간 상속세를 분할 납부할 수 있다고 해도 납부 가능한 자금과 부족분의 차이가 크다. 이 때문에 가족들이 지분을 소유한 한진칼과 한진의 배당금 증액 가능성이 크다”고 박 연구원은 짚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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