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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단독] “광물자원공사 차환 발행 가능”…광해공단과 통합 반대 힘 실리나

등록 2018-10-15 11:07수정 2018-10-15 14:30

2018 국정감사

MB 자원개발로 자본잠식 3년째
광해공단과 통합 추진 논란 가열

올해 1월 받은 법률 자문선
“사채 발행액 법정한도 4조 넘어도
차환 위한 신규발행은 위법 아니다”
산업부도 “공사법 위배 아님” 판단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동반 부실 우려되는 통합 말고
자력으로 빚 갚으며 구조조정 해야”
볼레오동광 노천 채굴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볼레오동광 노천 채굴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정부·여당이 이명박 정부 시절 무리한 해외 자원개발을 추진했다가 자본잠식된 광물자원공사를 광해관리공단과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통합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재무구조가 양호한 광해관리공단과 합칠 경우 일시적으로 자본금을 키워 재무상태를 개선할 수는 있으니 곧바로 두 기관이 동반 부실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광물자원공사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공사의 사채 발행액이 법정 한도에 거의 도달했음에도 신규 사채를 추가 발행하는 것이 ‘조건부’로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려놓은 사실이 15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를 앞세운 신속한 통합 추진은 설득력이 떨어지며, 광물자원공사가 자체적으로 상환자금을 조달하는 동시에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우선 추진토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1월16일 광물자원공사가 법무법인 세종으로부터 받은 ‘글로벌 중기채 미상환시 예상 법적 조처 및 대응 방안에 대한 검토’ 제목의 법률자문 결과 문서를 이날 공개했다. 이 자문은 공사가 해외에서 진 빚들을 제때 갚지 못할 경우 생길 상황을 내다보고 대응 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자문을 받을 당시 공사는 5월12일 만기 5억달러짜리 사채, 2022년 12월 만기 미국 수출입은행 4억2천만달러 대출, 공사가 보증을 선 자회사 엠엠비(MMB·멕시코 볼레오 사업용 현지 회사)의 2019년 5월 만기 3억4천만달러 상당의 사채 등을 짊어지고 있었다.

반면 빚을 상환할 방도가 마땅치 않았다. 공사의 법정 자본금을 2조원에서 3조원으로 늘리는 광물자원공사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당시 사채 발행액은 3조7천억원에 달해 광물자원공사법 14조1항에 명시된 한도액 ‘자본금·적립액의 2배’(약 4조원)에 거의 도달해 있었다. 정부 돈을 추가로 투입받거나 시장에서 자금을 추가 조달하는 방법 모두 어려워 보였던 상황이다.

그러나 법률자문 결과는 달랐다. 자문 결과 문서를 보면, 법무법인 세종은 “일시적으로 사채 발행 한도를 초과하더라도 신규 사채의 납입 즉시 기존 사채를 상환한다면 공사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자문했다. 결과적으로 부채 총액은 유지되는 ‘돌려막기’용 신규 사채 발행은 가능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광물자원공사는 지난 4월10일 5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금리 4.121%, 만기일 2023년 4월18일 조건으로 새로 발행해 5월 만기도래 사채를 상환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차환을 위한 신규사채 발행에 따른 일시적 한도 초과에 대한 입장’을 묻는 이훈 의원의 질문에 “공사법 14조에 위배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변했다.

이훈 의원은 “통합 등을 통한 공사의 자본금 확대 없이도 채무불이행을 피할 불법이 아닌 방안이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일시적인 사채 발행을 통해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를 상환하면서 인적·물적 구조조정을 반드시 먼저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기업도 부실 경영을 하면 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광물자원공사가 지금까지처럼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국회 차원에서 강도 높은 대책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1일 광해관리공단 등에서 제출받은 ‘통합기관 재무전망 추정치’를 근거로 광물자원공사가 국내외 자산을 매각해 3조5천억원을 회수하더라도 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을 합친 통합기관(가칭 한국광업공단)의 자본 총계는 2018년 마이너스 2843억원, 2019년 마이너스 1570억원, 2020년 마이너스 3553억원 등 자본잠식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백 의원은 이를 들어 “일방적인 묻지마식 통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시된 두 기관의 재무상태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광물자원공사의 자산은 4조2천억원, 부채는 5조4천억원이고, 광해관리공단의 자산은 1조6천억원, 부채는 3천억원이다. 산업부는 올해 초 당·정 협의와 지난해 11월부터 가동됐던 ‘자원개발혁신 티에프’(민간 전문가 주도)에서의 논의 등을 거쳐 통합 방안을 수립했다. 통합안은 지난 3월30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를 통과했고,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원내대표)의 대표발의 형태로 통합기관 설립 근거 법안 준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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