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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한수원 “한빛 4호기 부실공사”…현대건설 “설계대로 철저히 시공“

등록 2018-10-12 18:11수정 2018-10-12 20:57

[2018 국정감사]

‘벌집원전’ 만든 1808개 매설판 보강재
시공 중 설계 변경하고 제거 안했다가
콘크리트 벽 안에 무더기 공극 발생

누구 책임?
현대건설 “한수원 설계도·시방서 따랐다”
한전기술 “설계 변경, 현대건설과 공유”
한수원 “부실시공 인정…관리 부족했다”
한빛 4호기 격납건물에서 발견된 공극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한빛 4호기 격납건물에서 발견된 공극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전남 영광에 위치한 원자력발전소 한빛 4호기 격납건물에서 콘크리트 공극(빈공간)과 철판 부식 등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의 정재훈 사장이 12일 국정감사에서 “과거 부실시공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수원이 원전 ‘부실시공’을 인정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8월14일 “원전 이용률이 낮은 것은 과거 부실시공 등의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이라며 처음 부실시공이란 표현을 쓴 바 있다. 반면, 격납건물 시공을 맡았던 현대건설 박동욱 사장은 이날 “설계에 따라 철저하게 시공했다고 보고받았다”고 말해 ‘책임회피’ 논란이 예상된다.

12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 사장은 ‘한빛 4호기에서 콘크리트 공극 등이 발생한 것은 부실 시공이 이유인가?’라는 김종훈 민중당 의원 질문에 “당시는 (미국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서 (원전을 시공하던) 때라 부실시공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이 ‘현대건설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고 묻자, 정 사장은 “여러 번 검토해봤으나 형사·민사상 시효가 다 지났다”며 “새로운 대응 방안에 대해서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의 이날 ‘부실시공 인정’은 한동안 원전이용률이 낮았던 것에 대해 ‘탈원전 정책 때문’이란 일부의 공세가 계속되자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지난 2016년부터 국내 원전 곳곳에서 철판 부식과 공극 등이 잇따라 발견되며 정비 일수가 늘어난 탓에 막대한 매출 손실을 보고 있다. 원전업계의 과거 잘못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지만, 자유한국당 등은 ‘문재인 정부가 인위적으로 원전 가동을 멈췄다’고 강변해왔다. 그러나 정 사장은 이날 “한수원도 (시공사 등에 대한) 작업관리 감독 면에서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한수원의 책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공개한 1990년 11월21일 한수원 작성 현장설계변경요청서(FCR). 설계사인 한국전력기술은 ‘매설판 보강재를 제거하지 않고 콘크리트를 타설하겠다’는 한수원의 설계변경 신청을 하루 만에 승인했다. 매설판 보강재는 최근 무더기로 발견되고 있는 한빛 4호기 격납건물 공극을 만든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공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공개한 1990년 11월21일 한수원 작성 현장설계변경요청서(FCR). 설계사인 한국전력기술은 ‘매설판 보강재를 제거하지 않고 콘크리트를 타설하겠다’는 한수원의 설계변경 신청을 하루 만에 승인했다. 매설판 보강재는 최근 무더기로 발견되고 있는 한빛 4호기 격납건물 공극을 만든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공
반면 이날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은 “당시 발주처(한수원)의 설계도와 시방서에 따라 철저하게 시공했다고 보고받았다”며 시공사에 대한 책임을 피해가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박 사장이 언급한 ‘설계도’가 정확히 무엇을 말한 것인지는 향후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빛 4호기의 경우 공극 발생의 핵심 원인인 매설판 보강재를 제거하는 설계와, 제거하지 않고 콘크리트는 타설하는 설계 2가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앞서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90년 11월21일 한빛 4호기 발주사 한전(현재는 한수원)이 한국전력기술에 매설판 보강재 제거 작업을 생략하는 설계 변경을 신청했고, 설계사인 한국전력기술은 하루 만에 이를 승인한 사실을 보여주는 현장설계변경요청서(FCR)를 공개했다. 이에 따라 한빛 4호기 콘크리트 벽 안쪽에 수평으로 설치된 1808개의 매설판 보강재를 그대로 둠으로써 공사기간을 단축한 대신, 벽 안 곳곳에 공극이 생겨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종배 한국전력기술 사장은 “겉으로는 하루지만 실제로는 한수원과 저희, 그리고 건설사가 물 밑에서 많은 시간을 가지고 (설계변경에 대한 의견을) 공유한다”며 당시 설계변경은 ‘졸속’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은 이날 “회사(현대건설) 내에선 보강재 제거 후 시공한다는 내용은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변경 전 설계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빛 4호기 부실시공의 책임과 원인을 두고 발주사인 한수원, 설계사인 한국전력기술, 시공사인 현대건설의 입장이 복잡하게 엇갈리고 있어, 향후 부실공사 책임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이날 과방위 국감에선 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장의 원안위 위원으로서의 자격 여부를 두고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거센 질타가 이어졌다.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공개한 자료를 종합하면, 강정민 위원장은 카이스트(KAIST) 재직 시절 원자력연구원으로부터 위탁받은 ‘소형혁신 에스에프아르(SFR) 노심개념 연구’ 과제에 참여(2015년 3월1일부터 5월31일)한 대가로 274만원의 연구비를 받았다. 야당은 “강 위원장이 ‘최근 3년 이내 원자력 이용자 또는 원자력 이용단체의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하면 원안위원일 수 없다’는 원안위법 10조에 따라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강 위원장은 “해당 연구에 참여한 바가 없고, 관행적으로 국외 출장비 일부를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비 일부를 전용해 사용했다”고 설명하며, “감사원에 감사 소청을 한 뒤 감사 결과에 따라 진퇴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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