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사직로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폭염에 따른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정부가 7∼8월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조정해 전기요금 부담을 가구당 평균 19.5% 덜어주기로 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7월 요금부터 완화안을 시행해 달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올여름 각 가구의 전력사용량 증가 수준과 그에 따른 전기요금 부담 확대 폭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권과 언론의 재촉에 떠밀려 내놓다 보니 혜택이 전력 다소비 가구에 집중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당정협의와 한국전력 이사회 결의 절차를 거쳐 이런 내용을 담은 ‘폭염에 따른 전기요금 지원대책’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올해 7∼8월 가정용 전기요금은 월 300㎾h까지는 ㎾h당 93.3원, 301∼500㎾h는 187.9원, 500㎾h 초과분은 280.6원의 요율이 적용된다. 기존 누진제를 그대로 유지하되, 1단계(0∼200㎾h)와 2단계(201∼400㎾h) 구간을 각각 100㎾h만큼씩 확대했다. 도시 거주 4인 가구의 월평균 전기소비량은 350㎾h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요금인하 효과가 20%는 돼야 국민이 체감할 것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이번 대책에 따른 7∼8월 전체 가구의 요금인하 혜택 규모를 2761억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1512만가구가 평균 1만370원(19.5%)씩 혜택을 보는 셈이다.
이번 대책은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가구가 혜택을 더 많이 보는 구조다. 수요 관리를 위해 누진제를 유지하는 것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월 사용량이 200㎾h를 밑도는 1인가구나, 에어컨이 없는 취약계층에 대한 요금할인 혜택은 0원이다. 반면 월 사용량이 450㎾h에 이르는 가구는 3단계 요금(8만8190원) 대신 2단계 요금을 적용(6만5680원)받아 월 2만2510원(25.5%)의 혜택을 보게 된다. 201∼300㎾h 사용 가구는 월 5820원(18.1%), 301∼400㎾h는 9180원(18.8%)을 할인받는다.
정부는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기초생활수급자, 3자녀·대가족·출산 가구, 복지시설 등에 대한 요금할인 강화 방안도 내놨지만 해당 계층(342만가구)의 7~8월 할인 총액은 228억원에 그친다. 장애인,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 등의 요금 할인이 기존 1만∼2만원에서 3천∼6천원 정도 추가되고, 출산 가구의 할인 기간이 기존 1년에서 3년으로 확대된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냉방 기본권 보호 차원이었다면 전력 다소비 가구보다 취약계층 냉방 대책에 더 집중했어야 한다”며 “월 6천원 한시 요금 인하를 냉방권 보장이라고 말할 수 없다. 집 안이 밖보다 더 뜨거운 거주 공간을 개선하거나 쪽방촌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주는 등의 근본적 대책을 내놨어야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저소득층과 고시원 거주자에 대한 냉방기기 지원 확대나 복지시설 신규 에어컨 구매비 지원 등에 대해서는 “확대할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산업부는 이날 대책 발표에 앞서 419만가구의 7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7월에 견줘 1만∼5만원 이상 요금이 늘어난 가구는 10%(42만), 5만원 이상은 1%(3만9천)에 그쳤다고 밝혔다. 증가 폭이 1만원 미만인 가구가 46%(194만)로 가장 많았다. 전체 가구의 20%밖에 안 되는 부족한 표본에 대한 분석 결과를 두고 대책을 짠 셈이다. 산업부는 애초 이날 대책 발표 계획이 없었지만, 문 대통령이 휴가 복귀 뒤 가진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기요금 부담 완화 방안 마련을 지시하면서 예정에 없던 당·정 협의와 한전 이사회 일정을 잡아 속전속결로 대책을 발표됐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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