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현(오른쪽 세번째) LG전자 사장이 2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 IFA2017을 찾아 경쟁업체들의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이완 기자
"이거 국내 제품하고 비슷하네. 카메라 센서 위치가 거의 똑같네."
송대현 엘지(LG)전자 H&A 사업본부장(사장)은 디스플레이가 앞에 붙은 최신 냉장고를 보더니 옆 임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옆으로 이동해선 중국 업체의 또다른 냉장고의 문을 유심히 확인했다. 다른 임원은 문과 본체의 이음새 부분을 직접 만져 보기도 했다.
2일(현지시각)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2017)장. 국내 가전업계를 이끄는 엘지전자 임직원들이 치열한 제품 경연장을 어떻게 보는지 따라다니며 지켜봤다. 송대현 사장과 류혜정 상무 등 임직원은 전날 베를린에 도착한 뒤 바로 다음날 낮 11시10분께 박람회장에 들어섰다. 이들은 밀레-리페르(LIEBHERR)-중국업체-아에게(AEG)-보쉬-지멘스 순으로 부스를 방문했다.
관람객으로 붐비는 상황에서 송 사장이 걸음을 자주 멈춘 곳은 독일 가전회사 밀레와 중국 업체였다. 밀레가 개발한 새 전기 오븐 ‘다이얼로그'에 대한 설명을 유심히 들었고, 밀레 직원에게 스마트홈 어플리케이션(앱)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밀레 관계자는 “엘지는 전시장을 둘러본 뒤 제품을 사가는 경우가 많다”고 귀뜸했다.
송대현 LG전자 사장이 2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이들의 동선은 국내 가전 업체의 위치를 짚어볼 수 있게 했다. 엘지전자는 ‘LG 시그니처’ 브랜드를 내세워 유럽 프리미엄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이 시장을 꽉 쥐고 있는 밀레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치밀한 분석이 필수다. 송 사장은 “밀레가 보여주고 싶은 것 위주로 소개해줘서, 남은 기간에 다시 전시장을 찾아 살펴보려 한다. 경쟁사를 통해 배워야 한다”고 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유럽 시장은 지멘스, 보쉬 뿐만 아니라 국가별 업체들이 버티고 있어 시장 공략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전날 윤부근 삼성전자 가전부문 대표이사도 삼성 전시장 외 다른 곳은 밀레부터 먼저 찾아 살펴봤다.
송대현 LG전자 사장이 2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 IFA2017에서 밀레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이완 기자
또 중국 업체 부스에서는 얼마나 국내 업체의 기술을 추격했는지 따졌다. 이들은 최근 국내 업체들이 진출한 북미와 유럽 시장 등 거대한 국외시장에 따라붙었다. 박람회가 열린 베를린은 그 열전의 한가운데 있다.
송 사장은 한시간 가량 전시장을 둘러본 뒤 “같은 업을 하는 경쟁자들이 생각하는 것은 비슷했다”며 “이번 전시회 트렌드는 인공지능·음성인식 등 스마트홈을 완성시키는 쪽으로 잡혔다. 많은 업체들이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조금 더 빨리 더 나은 기술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짚었다. 송 사장은 이날 엘지전자의 스마트홈 투자 규모를 2020년까지 2배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베를린/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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