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원전 2기 건설 중단
미국 조지아주에서 운영하고 있는 보글 1·2호기. 조지아주는 웨스팅하우스에 건설을 맡기고 이 지역에 추가로 보글 3·4호기를 건설하고 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제공
1978년 원전 사고 뒤 신규 1기뿐
기존 단지내 짓던 2기 결국 중단
공사비 2배 이상 증가 ‘결정타’
한국 원자력계 “미국도 건설” 주장
에너지시장 현실과 동떨어진 셈 서머 핵발전소의 건설이 중단된 가장 큰 이유는 공사비다. 시행사 가운데 하나인 산티 쿠퍼가 추산한 내용을 보면, 서머 2·3호기 건설비는 건설 초기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산티 쿠퍼는 “51억달러(약 5조7천억원)를 투입해 완공하려 했으나, 최근 계산을 보면 114억달러로 치솟고 완공 시점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머 2호기는 올해 완공을 끝내고 3호기는 내년에 공사를 끝낼 계획이었지만 현재 완공이 가능한 시점은 5년 이상 미뤄진 상태다. 리치 파월 클리어패스재단 이사는 공사기간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뉴욕 타임스>에 “원자력 산업이 30년 동안 위축된 상황에서 원자로 건설에 필요한 견고한 공급망과 전문지식을 잃은 게 가장 큰 원인이다”라고 지적했다. 산티 쿠퍼는 “공정률이 40%에 미치지 못하는 서머 핵발전소에 현재 47억달러가 건설비로 들어갔지만, 공사를 중단하는 게 완공하는 것보다 70억달러를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언론은 시공사인 웨스팅하우스가 지난 3월 파산신청을 낸 것도 사업 포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서머 2·3호기에는 웨스팅하우스가 개발한 원자로 에이피(AP)1000을 적용했다. 앞서 웨스팅하우스는 중국·영국 등에 진출해 사업을 늘려왔지만, 공사기간을 단축시키지 못하면서 자금난을 겪어왔다. 2006년 도시바에 인수됐지만, 경영 손실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지난 3월 파산보호를 신청한 바 있다. 현재 웨스팅하우스는 보글 3·4호기의 시공도 맡고 있어, 공사중단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공사 중단은 “미국도 신규 건설에 나선다”며 핵발전 진흥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해온 한국 원자력계의 주장이 국제 에너지시장의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지난해 6월 미국 에너지업체인 엑설론과 퍼시픽 가스 앤드 일렉트릭은 경제성을 이유로 핵발전소의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분석보고서를 통해 “천연가스의 생산이 늘고, 재생에너지에 제공되는 보조금 등으로 경쟁이 심해지면서 원자력 전력이 생산원가보다 낮은 값에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박종운 동국대 교수(에너지원자력공학)는 “미국은 일찌감치 원전의 경제성이 낮다고 보고, 원전을 새로 짓는 대신 수명연장과 출력률 향상을 통해 원전 10기를 더 운영하는 효과를 누려왔다”며 “오래전 지었던 원전의 수명이 다 되어가는 가운데 셰일가스까지 등장하면서 경제성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환경운동연합도 1일 성명을 내어 “한국의 원전이 아직 경제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행정 지원, 금융 지원이 있는 덕분이다. 이런 혜택을 거두면 다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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