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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 당장 실행하기 어렵다”

등록 2017-03-24 13:47수정 2017-03-24 22:16

권오현 부회장, 주총서 “부정적 영향 있다”
‘이재용 구속’에 사회적 논란 우려 보류
‘외부 CEO 출신 사외이사 선임’ 약속도 못지켜
주총장 밖에선 “이재용 등기이사 해임” 집회

KT 주총은 황창규 회장 재선임
일부 주주들 ‘최 게이트’ 연루 비판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24일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 4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24일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 4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을 당장 실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주사 전환 검토와 함께 외국인 사외이사 영입 등 지난해 11월 약속한 사안들의 결과를 주주총회에서 내놓지 못했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을 비롯한 ‘최순실 게이트’ 연루에 대해서는 “본의와 달리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불법적으로 지원한 게 없다”고 주장했다.

24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정기주총에서 권오현 부회장은 “법률, 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를 진행한 뒤 결과를 주주들에게 공유하겠다”며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존재해, 지금으로서는 실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으며 “지주사 전환 가능성과 해외증시 상장의 기대효과 등 주주가치를 최적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검토에 최소 6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해, 올 5월께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자 2017년 주주총회 모습. 주총 중에 한 소액주주는 최순실 승마지원 등으로 회삿돈이 400억원 넘게 유출됐는데 감사위원회에서 역할을 못한 이인호 전 신한은행장과 송광수 전 검찰총장 등 사외이사에게 따져 묻고 싶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2017년 주주총회 모습. 주총 중에 한 소액주주는 최순실 승마지원 등으로 회삿돈이 400억원 넘게 유출됐는데 감사위원회에서 역할을 못한 이인호 전 신한은행장과 송광수 전 검찰총장 등 사외이사에게 따져 묻고 싶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삼성은 이 부회장 구속과 조기 대선이라는 중대한 상황 변화에 따라 일단 검토를 접은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 전환은 지분율이 0.6%에 불과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유력한 방안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구속기소된 상황에서 ‘인적분할의 마법’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해 그룹에 대한 지배력과 부를 늘리는 것은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이게 이 부회장의 재판에 미칠 영향도 고려했을 수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자신들이 나서서 지주사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공시해놓고 이제 와서 실행이 어려운 이유를 납득이 되게 밝히지도 않았다. 이 부회장 때문에 다른 주주들은 우습게 보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날 삼성전자 대주주인 삼성물산의 주가는 7.27% 폭락했고, 삼성전자도 0.72% 하락했다.

주총에선 최순실씨 쪽에 대한 거액 지원이 논란이 됐다. “사외이사, 사내이사 모두 바꿔야 한다”는 주주들의 성토가 잇따랐다. 주총장 밖에선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재벌구속특위’ 등이 기자회견을 열어 “사익을 위해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뇌물 로비로 회사 이미지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이재용 부회장을 등기이사직에서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부회장은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 출신 사외이사를 1명 이상 추천하겠다’는 약속을 못 지킨 것에 대해 “회사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번 주총에서 추천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불법 지원을 추궁하는 질문에 “불법적인 지원은 (주주) 본인의 생각이지 우리는 불법적으로 지원한 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케이티(KT) 주총에서 황창규 회장이 3년 임기의 회장으로 재선임됐다. 발언하려는 임순택 케이티 새노조 위원장의 마이크를 사쪽 진행요원이 빼앗는 과정에서 심한 몸싸움이 벌어지고, 일부 주주들이 “박근혜 부역자 황창규 회장은 퇴진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완 이충신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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