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을 민간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마련한 돈으로 지급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이후,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체결로 일본의 경제협력자금을 받은 기업들 가운데 포스코가 가장 먼저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기금에 40억원을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기업들은 여전히 “사회적 논의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거나 “정부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검토하겠다”는 핑계를 대며 우물쭈물 하는 모습이다.
포스코는 15일 “정부(외교부)의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입장 발표에 따라, 과거에 재단에 100억원을 출연하기로 한 약정서에 근거해 남은 40억원을 정부의 발표 취지에 맞게 자발적으로 출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2012년 3월 포스코 이사회 의결을 통해 재단에 10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2016년 1차로 30억원, 2017년 2차로 30억원 등 60억원은 이미 출연했다. 포스코는 “유보됐던 잔여 약정액 40억원을 출연함으로써 재단과의 약속을 모두 이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6일 정부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을 국내 기업 등 민간의 자발적 기여로 마련한 돈으로 지급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는 미쓰비시 등 일본 피고 기업들의 배상 참여는 물론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직접 사과도 빠져 있어, 피해자들과 관련 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다른 곳들은 아직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나은행(외환은행 합병) 관계자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으로부터 기부금 출연과 관련해 공식 요청을 받은 바가 없다”며 “요청을 받게되면 사실관계 파악부터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당시 유상으로 자금 지원을 받아 중소기업을 지원하는데 썼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에 언급되기 전까지 인지를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제서야 내부 현황을 파악 중이다”라고 말했다.
케이티(KT)는 “정부 쪽 요청이 있으면 적극 검토하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케이티앤지(KT&G) 관계자는 “포스코가 좀 앞서간 것 같다”고 전제하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 과정을 신중히 지켜보고 있으며, 사회적 합의 이행 과정에 성실히 협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각 기업들은 예상하고 있는 기부 액수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 정부 가이드가 나오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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