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 27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모바일·이동통신 전시회 ‘엠더블유시(MWC) 2023’을 찾아 “인공지능 같은 기술 자체를 자랑하기보다 디지털 기술로 환경·사회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엑스포 유치 활동을 위해 스페인·포르투갈·덴마크 등 유럽 3개국을 방문 중이다.

최 회장은 이날 오전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장 내 에스케이텔레콤(SKT) 전시관을 찾아 인공지능(AI) 사업 담당자들과 외부 협력업체 대표들을 격려했다. 그는 에스케이텔레콤의 인공지능 기반 위치분석 플랫폼 ‘리트머스’을 살펴본 뒤 “(리트머스 플랫폼을) 언제 상용화한 건가. 탄소 배출량 절감에 많이 기여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유영상 에스케이텔레콤 대표는 “이태원 참사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사고를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챗지피티’(ChatGPT) 같은 초거대 인공지능 기술이 탑재된 서비스들이 상용화될수록 중요성이 커질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 현황에도 관심을 보였다. 최 회장은 에스케이텔레콤 투자를 받은 국내 반도체 기업 사피온이 지난해 출시한 ‘엑스220’(X220) 칩 성능이 세계 1위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것보다 뛰어나다는 담당자 설명에 “엔비디아 사람들이 와서 보면 인정할 것 같냐”고 되물었다. 유영상 대표는 “공식 기관에서 (성능을) 인정 받았다. 엔비디아는 범용 칩이고, 사피온은 특수용 칩인데, 특수용이 성능 면에서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전시관을 둘러본 뒤 기자들과 만나 “부산 엑스포를 유치하게 된다면 (인공지능 같은) 이런 기술을 잘 전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기술을 갖고 인류가 처한 문제를 어떻게 풀 지를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한 테마가 될 것이다. 따뜻한 기술이 필요하다. 인클루시브니스(포용성)를 좀 더 강조할 수 있는 기술들이 좀 더 필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에스케이텔레콤이 통신사에서 인공지능 기업으로 전환하려 하는데, 그동안 키워온 기술들을 결합하고 융합해 더 좋은 형태의, 사람과 사회에 기여하는 인공지능 기업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글로벌 기업들과 대면 만남이 어려웠는데 이제 본격화하는 것 같다. 이번 전시회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국외 통신사들을 대면으로 만나 협력을 모색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바르셀로나/정인선 기자 r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