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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마일리지 개편 재검토”…원희룡 비판에 물러선 대한항공

등록 2023-02-20 11:16수정 2023-02-21 02:48

“개선 대책 신중히 검토 중”
정부·여당 비판 뒤 방침 선회
오는 4월1일 개편 어려울 듯
이륙하고 있는 대한항공 비행기.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이륙하고 있는 대한항공 비행기.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4월1일로 예정됐던 대한항공 마일리지 제도 개편(이용약관 개정)이 정부·여당 쪽의 문제제기에 따라 원점에서 재검토되고 있다. 애초 대한항공이 2020년 4월부터 적용하려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3년 미룬 마일리지 제도 개편안 시행을 앞두고, 장거리 노선 이용자들은 마일리지 차감 폭에서 오히려 손해를 보고, 마일리지로 이용할 수 있는 좌석 수는 늘리는 조처는 병행하지 않는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소비자 불만이 커지자 재검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은 20일 마일리지 제도 개편과 관련해 “현재 제기되는 고객 의견을 수렴해 전반적인 개선 대책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업체 관계자는 “2019년 말 보도자료를 통해 개편안을 처음 공개한 뒤부터 수년 동안 개편 작업을 해온 만큼 전 부서와 시스템이 모두 관련돼 있다. 세부 협의 과정에 시간이 더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개편안 시행을 앞두고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는 것에 더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의 비판까지 이어지자 재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마일리지 제도 개편안은 공제 기준을 지역에서 운항거리로 세분화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국제선의 경우, 지금은 동북아, 동남아, 서남아, 미주·구주·대양주 등 4개 지역으로 나눠 마일리지를 공제하고 있다. 개편안에서는 운항거리를 기준으로 국내선 1개와 국제선 10개로 세분화했다. 인천~뉴욕 구간의 경우, 지금은 편도 기준으로 6만2500마일이 차감되지만, 개편안에서는 9만마일이 필요하다. 반면 단거리 항공권 구매에 들어가는 마일리지 차감 폭은 줄어든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은 “장거리 이용의 이점이 사라졌다”고 불만을 제기한다. 국토교통부와 국민의힘은 코로나19 대유행 때 정부 지원을 받으며 생존해온 항공사로서 “대국민 감사 프로모션을 하지는 못할망정 국민 불만을 사는 방안”(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소비자 우롱”(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라고 대한항공을 강하게 비판했다.

대한항공 등 항공사들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 모습에 불만을 제기한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소비자 분노는 뉴욕과 같은 인기 노선의 마일리지 혜택이 줄어들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며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편승에 일이 커졌다. 이미 3년 전 공표한 일이고, 거리 대비 마일리지 사용을 세분화하는 것이 소비자의 편익을 줄인 것이라고도 보기 어렵다. 실제로 3만마일 이하(일본 왕복) 승객이 더 많은 현실에서 개편안으로 얻는 이익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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