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30일 대만 경제부는 7개의 외국 기업과 총 11개의 해상풍력 발전소를 건설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EPA/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중순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만 사용하겠다는 ‘RE100(아르이백)’ 선언을 했다. 삼성전자의 이 선언은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대만의 TSMC(티에스엠시)보다 2년 늦은 선언이었다. 삼성의 아르이백 가입이 늦어진 배경은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이 부족한 배경이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려면 화석연료로 발전한 전기보다 더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티에스엠시는 대만 정부의 지원을 톡톡히 받았다. 대만 정부는 티에스엠시가 덴마크 풍력발전기업 오스테드와 920㎿급 해상풍력 발전소로부터 20년 동안 전력을 구매하는 계약(PPA)을 체결할 때 대만 정부가 송전망 이용료의 90%를 부담해 부담을 줄여줬다.
이런 관심 속에서 지난 24일 한국환경연구원과 한국풍력산업협회가 주최·주관한 ‘해상풍력 글로벌 대화 대만편’이 진행됐다. <한겨레>가 28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등의 자료를 통해 확인한 결과, 대만도 에너지의 97.7%를 수입하고 있는 점이 자원빈국인 한국과 유사했다. 이 때문에 두 나라 모두 ‘탈화석연료’를 통한 에너지 전환이 화두이다. 대만은 어떻게 해상풍력발전량을 확대하고 있고, 또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대만은 지난해 기준 육상풍력(796㎿)과 해상풍력(237㎿)의 설비용량을 갖고 있다. 한국은 2020년 기준 누적 풍력발전 설비용량이 1.645GW(1645㎿)로, 한국이 현재로서는 좀 더 설비용량은 많다. 그러나 곧 한국이 역전당할 처지에 놓여있다. 대만은 202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전체 발전량의 20%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이다. 한국은 2030년까지 21.5%를 목표로 하고 있어 다소 늦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만은 2025년까지 풍력발전 설비용량은 6938㎿, 발전량은 235억㎾h로 확대한다는 로드맵이 있다. 산지가 많아 육상풍력보다는 해상풍력에 관심이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2026년부터 10년 동안 총 15GW의 해상풍력을 추가 개발한다. 2026년부터 2년 간격으로 3GW씩 계통을 연계한다. 한국 역시 산지를 훼손하는 부담때문에 먼 바다의 해상풍력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입지 선정과 환경영향평가, 주민갈등 등 다양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지적들이 이어져왔다.
이날 발제를 맡은 청셴 첸(Chung-Hsien Chen) 대만 에너지청 에너지기술본부장은 보통 시간이 오래 걸리는 해상풍력 입지선정과 인허가와 관련해 “실무진이 결론을 내지 못할 경우 각 부처 장관들이 직접 조율에 나선다”며 선진적인 행정 문화를 강조했다. 또 개발사가 해상풍력발전을 추진할 때 지방자치단체에도 부지사용료를 내도록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칭셴 첸 본부장은 “지자체가 해상풍력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 지역주민들에게 보상하는 것과 별도로 사용료를 지자체와 중앙정부에 절반씩 지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 해상풍력단지 개발 정책 중 부품 국산화 규정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3월 코트라의 대만 무역관이 작성한 ‘풍력발전산업 정보’를 보면 대만이 해상풍력발전을 확대하기로 한 2019년 이후 독일, 덴마크, 한국, 중국 등으로부터의 수입제품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풍력타워, 해저케이블, 모노파일 등 한국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부품도 많이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풍력터빈, 블레이드(날개) 등은 독일, 덴마크에서 수입됐다. 이에 대만은 2021~2024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부품의 국산화를 요구하며, 2026년부터 추가 개발하는 단지에는 핵심 항목의 국산화 비율이 최소 60%는 되도록 규정을 두고 있다.
오스테드의 해상풍력 발전 현황. 오스테드 누리집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두고 대만 무역관은 “대만도 국내 기술성숙도가 충분히 올라오지 않은 분야가 있어 대외 의존도가 높다”며 “공공사업에서 국내기업보다 외국 기업이 참여하는 지분이 클 경우 현지 업계의 불만이 제기될 수 있는데, 실제로 해상풍력개발사업이 본격화된 이후 외국 기업의 수주가 많아지자 외국기업만 살찌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고 대만 사례를 평가했다. 덴마크의 풍력발전 기업 오스테드나 코펜하겐오프쇼어파트너스(COP) 등은 이미 대만 시장에 진출해있고 나아가 같은 아시아 시장인 한국에서도 풍력발전 시장이 열리기를 고대하고 있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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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이 처한 부품의 국산화 과제는 한국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해 한국 정부도 부품 국산화 비율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세워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함께 유일하게 풍력터빈 기술 개발·생산 중인 유니슨 풍력사업본부 박원서 전무는 “무게가 무거운 중량물(하부구조물 등)은 중공업 분야가 발전한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터빈의 경우 아직 유럽산과의 기술 격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풍력발전 시장이 열리지 않아 기술 개발을 실증하고 다시 이를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되지 못했다. 이때문에 터빈 기술력도 세계 수준과 차이가 나는데, 갑자기 시장이 열리게 될 경우 터빈 생산기업과 부품회사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어 산업계와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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