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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뉴스AS] 아이오닉·EV 미국 판매량 하락, 인플레감축법 탓일까?

등록 2022-10-06 09:23수정 2022-10-06 14:45

아이오닉5 미국 9월 판매, 전월 대비 22% 하락
일부 언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영향’ 호들갑
현대차그룹 “법안 영향은 내년 상반기 돼야 확인 가능”
기아 화성공장의 이브이(EV)6 생산 라인. 현대차그룹 제공
기아 화성공장의 이브이(EV)6 생산 라인.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기아의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5·이브이(EV)6의 9월 미국 판매량이 전달보다 준 이유를 놓고 의견이 엇갈려 주목된다. 일부 언론이 지난 8월16일부터 적용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하 인플레 감축법) 영향이 시작됐다는 분석을 내놓은 가운데, 해당 업체와 전문가들은 핵심 부품 공급 난에 따른 생산 차질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판매량은 차량이 소비자에게 넘겨지는 시점을 기준으로 집계된다는 점을 들어, 9월 신규 계약 물량은 인플레 감축법 영향을 받았을지 몰라도 판매량은 영향을 받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아이오닉5와 이브이6의 9월 미국 내 판매량이 각각 1306대, 1440대로 집계됐다. 지난 8월과 비교하면 각각 13.8%(1516대), 21.7%(1840대) 줄었다. 이를 두고 미국 인플레 감축법에 따른 영향으로 판매량이 줄었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인플레 감축법은 미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한 법안으로, 지난 8월16일 시행됐다. 아이오닉5·이브이6는 전량 국내에서 만들어져 미국에 수출된다. 인플레 감축 법안이 발효됨과 동시에 보조금 혜택이 사라졌다. 9월 판매량 감소 원인으로 인플레 감축법 시행이 거론되는 이유다.

하지만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인플레 감축법 영향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자동차 판매량은 계약 시점이 아닌, 소비자가 차량을 인도받는 시점을 기준으로 집계된다. 인플레 감축법 통과 전에 계약된 차량까지는 보조금이 지급되는데, 미국 현지에서 아이오닉5·이브이6는 계약부터 인도까지 6개월 이상 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9월 집계된 판매량은 인플레 감축법 시행 전에 계약된 물량인 셈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8월16일(현지시각) 워싱턴디시(DC)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서명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8월16일(현지시각) 워싱턴디시(DC)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서명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달 두 차량의 판매량이 줄어든 것은 공급 이슈 탓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도 출고 대기 물량이 길어지다 보니 현지 대리점들이 재고 물량을 쌓아두지 않고 곧바로 소비자에게 인도하고 있다.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그만큼 판매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올해 7월부터 공급받기로 했던 독일 차량 반도체 회사 인피니언의 ‘파워모듈 칩’(IGBT)이 불량 문제로 납품이 취소됐다. 이 칩은 전력반도체 소자 가운데 하나로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분석가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인피니언 반도체 불량 이슈가 올 7∼8월 아이오닉5와 이브이6 생산에 차질을 줬고, 8월 말에야 해결됐다. 그 결과 수출 물량이 줄었고, 9월 판매량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 감축법에 따른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전기차 차량 판매 감소 효과는 법안 발효 이후 계약된 전기차의 인도 시점으로 예상되는 내년 상반기는 돼야 정확히 파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 정도에 인플레 감축법에 따른 영향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미 계약 물량이 크게 줄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공영운 현대차 사장은 지난 4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고객 입장에서 저희 차를 선택하기에 상당히 어려운 장벽을 만나게 됐다. 우리 회사 판매에도 상당히 영향을 많이 미치는 상태로 보면 된다”고 발언해, 차량 계약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렸다. 익명을 원한 증권사 분석가는 “법안 발효 이후 전기차를 계약하려는 소비자들이 보조금을 받는 다른 경쟁 모델로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9월 현대차·기아 전기차 미국 신규 계약 물량은 몰라도, 9월 판매량은 인플레 감축법과 별 상관이 없는 셈이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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