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3일 삼성전자 파나마법인을 방문해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특혜 비판 속에 이뤄진 ‘광복절 특사’로 취업 제한이 풀리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임직원과의 대면 접촉을 넓히고 있다. 집행유예 기간이던 2018∼20년에는 국내외 사업장 방문 시 주로 사장단과 간담회를 가졌다면, 최근에는 현장 직원들과의 소통에도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임직원들과 소통을 통해 신뢰를 얻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회장 취임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국장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 6일 출국한 뒤 멕시코·파나마에 있는 삼성 현지 사업장을 찾아 임직원과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지난 8월에는 삼성전자 기흥·화성·수원사업장,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에스디에스(SDS) 등을 찾아 직원들과 어울리기도 했다. 수원사업장에서는 처음으로 이른바 ‘엠지(MZ) 세대’로부터 직접 설명을 듣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광복절 특사 이후 임직원과 소통을 활발하게 가지면서 회장 취임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고 이건희 회장은 2011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선진제품 비교전시회’를 찾은 뒤 구내식당을 찾는 등 구내식당에서 임직원과 접점을 가졌다.
회장 취임은 이사회 의결만 거치면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3분기가 끝난 다음 달에 정기 이사회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10월28일에 열렸다. 현재로선 가장 빠른 시점이 10월 말인 셈이다. 하지만 올해 안에 회장에 취임할 경우 등기이사에는 오르지 않아 ‘책임 없이 권한만 챙긴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등기이사는 주총 의결 사항인데, 지난 9월1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11월3일 임시 주총을 열기로 의결한 마당에 주총 며칠 전에 새 안건을 추가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하더라도 취임식은 없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다른 그룹의 회장이 취임할 때도 이사회 의결만 거쳤다”며 2018년 구광모 엘지(LG)그룹 회장과 2020년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취임식 사례를 꼽았다. 고 이건희 회장은 1987년 12월1일 호암아트홀에서 1300여명의 임직원들을 초청해 취임식을 했다. 창업자 이병철 회장이 숨진 지 10여일 뒤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