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해 카타르에 인도한 초대형LNG운반선. 대우조선해양 제공.
국내 조선업계가 카타르가 발주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제값 받기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선박값이 크게 오른데다 철강 등 원자재값이 폭등한 상황에서 카타르 쪽이 2년 전 슬롯계약을 맺을 당시 가격으로 본 계약을 맺자고 주장하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은 7일 17만4천㎥급 엘엔지운반선 각각 4척, 2척을 수주했다 공시했다. 오는 2025년 1분기까지 선주 쪽에 인도돼 카타르에너지의 ‘노스필드 확장 프로젝트’에 투입될 예정이다. 카타르는 세계 최대 엘엔지 생산국으로, 연간 생산량을 기존 7700만t에서 1억2600만t으로 확대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카타르에너지는 2020년 국내 조선 3사와 슬롯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조선소에서 선박이 건조되는 장소인 독(dock)을 미리 확보해두는 사전 계약이다. 당시 조선 3사는 카타르 쪽 발주 공고를 받아 총 100척을 건조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액만 총 23조원 규모다.
그간 업계의 관심사였던 계약 금액은 1척당 2억1500만달러 수준으로 확인됐다. 최근 17만4천㎥급 엘엔지운반선 가격인 2억2800만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타르 엘엔지 프로젝트 본계약이 임박하면서, 카타르 쪽이 슬롯계약을 맺었던 당시 가격에 계약을 맺자고 주장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었다. 슬롯계약 당시 선박 가격은 1억8600만달러로, 지금 선가에 비해 크게 낮다. 게다가 주재료인 철강값도 2배까지 오르면서 대규모 선박을 수주하고도 손실을 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컸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박사는 “현재 선가에 비해 다소 모자라지만, 급등한 원자재 가격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조선사 입장에서 리스크를 많이 줄인 것으로, 향후 대량발주가 시작되면 국내 3사가 여유 있게 수주를 이어가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카타르 엘엔지프로젝트는 중국의 엘엔지운반선 건조 능력을 평가하는 척도로 작용할 전망이다. 카타르에너지는 이미 중국 후둥조선에 엘엔지운반선 4척을 발주했다. 엘엔지 1위 수입국인 중국은 수입물량을 기반으로 카타르에서 수주를 따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선주들이 아직은 실력이 검증된 한국 조선소를 신뢰한다. 중국은 아직 자국 수주 물량이 많은데, 엘엔지 수입물량을 기반으로 시장에서 검증받을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받으면서 격차를 좁힐 수 있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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