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출장길에 오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유럽으로 출장을 떠났다. 지난해 8월 가석방된 이후 세 번째다. 이번엔 재판에 불출석하려고 재판부 허락을 얻었다.
이날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네덜란드와 독일, 프랑스 등 3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김포공항에 도착해 구체적인 출장 일정과 인수합병(M&A) 계획, 취업제한 규정 위반 논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는 않았다. 출장 기간은 오는 18일까지 12일간이다. 그는 네덜란드에서 반도체 장비업체 에이에스엠엘(ASML) 본사를 방문하는 등 삼성전자 사업과 관련한 활동을 펼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가석방된 이후 같은 해 11월 미국으로 11일간, 12월엔 아랍에미리트(UAE)로 4일간 출장을 다녀왔다. 그는 지난해 4월부터 삼성물산 합병에 따른 회계조작 혐의로 자본시장법 위반과 관련된 재판에 매주 출석하고 있다. 지난해 국외출장은 재판부 휴정 기간을 활용했다.
그는 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가석방 이후 취업제한 상태다.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으로 뇌물·횡령을 인정받아 특경법 위반으로 2년6개월형을 받아서다. 박범계 전 법무부장관은 과거 법무부 입장과 달리 “무보수·비상근 상태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취업제한의 범위 내”라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계는 “기업 활동에 불편을 겪고 있다”며 이 부회장의 사면을 주장하고 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도 개인 입장을 전제로 같은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사면은 현재 취업제한 상태인 가석방 상황을 해소해주는 것이어서, 경영활동이 어렵다며 사면해달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사면하더라도 진행 중인 재판에 출석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제기되는 사면 요구가 이어지는 것은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취업제한 논란이나 사면 등에 대한 공식 입장은 한 번도 밝히지 않았다. 대신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에서 이 부회장과 관련해 “무보수로 경영환경, 글로벌 네트워크와 미래사업 육성 등 사업상 역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련 법령의 틀 내에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취업 승인 요청도 하지 않았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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