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산업에선 올해도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 간의 양극화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코로나19 변종 ‘오미크론’ 영향으로 국제선 여객 수요 회복 여부가 불확실해 저비용항공사들의 실적 전망은 여전히 밝지 못한데 비해 대형항공사들은 화물 운송을 통해 여객 수요 감소에 따른 매출 하락을 극복하는 상황이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화물 운송 통해 ‘선방’
2일 올해 항공산업 전망과 관련한 증권사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대한항공은 2022년에도 지난해와 유사한 영업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실적 전망 집계(지난해 12월30일 기준)를 보면, 대한항공의 2022년 예상 영업이익(연결기준)은 1조1317억원이다. 지난해 영업이익 예상치(1조1832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케이비(KB)증권·하나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 등 각 증권사의 대한항공 올해 예상 영업이익도 1조1000억~1조2000억원 사이를 오갔다.
증권사들이 대한항공 실적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하는 이유는 두가지다. 항공화물 운임의 상승세가 올해도 이어진다는 것과 국제선 여객 수요가 점차 개선된다는 점이다. 다만, 올해 예상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소폭 낮게(에프앤가이드 기준 약 500억원 차이) 머무는 것은 화물 운송 매출이 지난해 최고점에 달한 것으로 판단해 올해는 약보합 행보를 보일 것으로 내다봐서다. 대신증권은 화물 운송 매출 증가세가 이어진다고 보고 올해 영업이익을 시장의 기대치보다 높은 1조5120억원으로 예상했다.
대한항공은 특히 경쟁사 대비 화물기 단가 상승에 대한 호재를 크게 봤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화물 운송 매출이 전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5%에 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감소한 여객 매출을 화물 운송 매출을 통해 극복한 셈이다.
화물 운송 수요는 코로나19 대유행 직후 미주 노선을 중심으로 빠르게 커졌다. 미국 로스엔젤레서항 등 미주 서안 항만들의 화물 처리 적체가 커지면서 컨테이너가 잠기고 해상운송이 병목현상을 빚으면서 항공 운송 물량이 늘었다. 항공 화물 운임 흐름을 보여주는 항공화물운임지수(TAC·홍콩-미국)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1㎏당 11.54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항공화물 운임 증가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2월8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화물 성수기 진입과 반도체, 휴대폰 등 수출 호조로 (항공) 화물 호황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지난해 12월 말 보고서에서 “(대한항공은) 화물 운임 상승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화물수익 비중이 높은 아시아나항공도 상당한 실적 상승이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른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영업이익 예상치는 553억원이다. 올해 전망치는 이보다 4배 가까이 늘어난 2040억원이다.
저비용항공사, 국제선 여객 수요 회복 늦어지며 ‘고전’
증권사들은 올해 상반기부터는 국제선 여객 수요도 살아날 것으로 본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올해 항공사들의 매출이 2019년의 79%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화물 매출이 2021년보다 소폭 하락하는 부분까지 고려된 전망이다. 결국 항공사들의 올해 실적 개선 여부는 국제선 여객 수요의 회복 여부에 달린 셈이다. 특히 엘시시들의 실적은 국제선 여객 수요의 회복 여부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난해 12월3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선 여객 수요는 북미→유럽→대서양→아시아 노선 순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엘시시의 국제선 여객기 운항은 동남아 등 아시아 쪽에 집중돼 있다. 국제선 여객 수요가 회복된다 해도 대형 항공사들부터 수혜를 보게 된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엘시시들이 괌·사이판 같은 휴양지와 동남아 주요 도시들을 대상으로 국제선 여객기 운항을 앞다퉈 재개했지만, 오미크론 영향으로 운항을 줄이는 모습이다.
이에 코로나19 대유행이 안정화돼 국제선 여객 수요가 살아나기 시작한다 해도 엘시시들의 실적 어려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른 제주항공의 올해 예상 영업손실은 622억원이다. 이 업체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3042억원으로 추정됐다. 엘시시 한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올해는 더 나빠질 것도 없다. 국제 여객 수요가 살아나면서 실적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국내에서 자가격리 기간을 언제 풀어주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 교수는 “화물 운송으로 반사이익을 거둔 대형항공사들과 달리 엘시시들은 화물 운송 수익 모델을 만들기 어려운 구조”라며 “엘시시는 매출의 70% 가량을 국제선 여객기 운항을 통해 얻는데, 오미크론 영향으로 국제선 여객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대형항공사와 엘시시 간 양극화) 기조는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제철 한서대 교수는 “국내 항공사는 노선 전략을 통해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항공산업에선 당분간 대형항공사와 엘시시 간 2년째 이어진 (양극화) 패턴을 벗어나지 몰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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