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브레인 박승기 대표(왼쪽부터), 에스케이텔레콤(SKT) 김윤 최고기술책임자(CTO),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인공지능(AI)팀 우경구 상무가 22일 오전 에스케이텔레콤 판교 사옥에서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 협의체’ 결성 협력식을 했다. 카카오 제공
에스케이텔레콤(SKT)과 카카오, 삼성전자가 함께 코로나19 위험도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동경로까지 예상하는 인공지능(AI)을 개발해 내년 상반기께 내놓기로 했다. 차세대 산업의 핵이 될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놓고 국내외 정보기술(IT) 기업들의 ‘협력과 경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독자 기술 개발에만 힘 쏟던 기업들의 개발 전략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는 셈이다. 에스케이텔레콤과 카카오, 삼성전자는 22일 “코로나19 시대에 기여하기 위한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위해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 협의체’를 결성한다”고 밝혔다. 세 회사의 인공지능 연구 책임자들은 이날 에스케이텔레콤 판교 사옥에 모인 자리에서 “각 사가 가진 핵심 역량을 모아 미래 인공지능 기술 개발, 사회적 난제 해결을 위한 인공지능 활용 방안 연구, 인공지능 기술 저변 확대를 공동으로 추진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첫 합작품은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인공지능’이다. 이용자의 현재 위치에서 코로나19 감염 위험도를 분석한 뒤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하거나 우회 경로를 안내하는 기술이다. 태풍이나 폭우 등 재난·재해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세 회사는 물론 여타 개발자나 연구기관, 기업 등이 자유롭게 활용해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도록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형태로 인공지능 기술을 공개한다.
이들 기업의 협력은 박정호 에스케이텔레콤 사장의 발언이 계기가 됐다. 박 사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박람회(CES) 2020’에서 “글로벌 인공지능 전쟁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 간 경쟁보다는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경쟁이 전부라고 여기는 산업 환경에서 ‘협력’을 강조한 박 사장의 발언에 파장이 일었다. 두달 뒤인 지난 3월 세 회사는 공동 연구를 위한 실무그룹을 만들어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갔다. 앞서 지난해 10월 에스케이텔레콤과 카카오는 3천억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을 통해 동맹의 토대를 만든 바 있다.
정보기술 기업들이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헤쳐 모이는 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한 예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아이비엠(IBM),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심층 연구와 미래 기술표준 등을 마련하기 위해 파트너십을 구축한 건 4년여 전인 2016년 9월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2월 케이티(KT)와 현대중공업그룹, 카이스트, 한양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이 ‘인공지능 원팀’(AI One Team)이란 이름의 산학연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기술 협력을 하는 이유에 대해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기술을 응용해서 출시하는 서비스의 단계에서는 경쟁을 할 수 있겠지만,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인공지능은 혼자서 개발하는 것보다는 여러 사업자가 연합해서 만들었을 때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며 “인공지능은 스스로 학습을 하며 성능을 발전시키기 때문에 더 많은 자원이 들어갈수록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최민영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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