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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LCD 치킨게임과 투자의 교훈

등록 2020-08-17 18:06수정 2020-08-18 13:23

Weconomy | 이종우의 흐름읽기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2004년 이후 몇 년간 주식시장의 기린아는 액정표시장치(LCD)였다. 기술의 발달로 엘시디 가격이 브라운관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수요는 무궁무진했다. 전 세계에 깔린 티브이 모두가 10년 내에 엘시디로 바뀌고, 컴퓨터는 물론 휴대폰도 엘시디로 대체될 걸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지금 주위를 돌아보면 당시 전망이 정확했음을 알 수 있다.

생각대로 변했지만 엘시디로 큰돈을 번 회사는 없다. 엘시디가 핵심 산업으로 떠오르자 중국이 해당 시장에 뛰어들었고, 결국 판이 누군가 하나가 죽을 때까지 경쟁을 계속해야 하는 치킨게임 형태로 바뀌고 말았다. 2010년에 삼성전자 해당 사업부가 1조원대의 영업손실을 냈다는 추정이 시장에서 나올 정도였다. 시장의 혼란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세계 1위인 일본 기업 샤프는 거의 망할 뻔했다. 2001년 내놓은 고화질 티브이가 성공을 거두자 엘시디에 거액의 돈을 밀어 넣었다. 우물쭈물하다가 반도체 경쟁에서 한국과 대만 기업에 추월당한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 승부수는 샤프에 독이 됐다. 최첨단 기술로 제품을 만들었지만 값싼 중국산 제품 때문에 팔리지 않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사업부를 대만에 매각하고 말았다. 지금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도권이 넘어간 데다 중국의 등쌀에 밀려 국내 기업들이 엘시디 사업에서 철수하고 있다. 20년 만에 기린아에서 패륜아로 바뀐 것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2차전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거래일수 9일 만에 선두주자인 엘지(LG)화학의 주가가 45%나 오를 정도다. 지금 판단으로는 2차전지 주가가 오르는 게 당연하다. 2025년에 전기차 가격이 내연자동차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낮아질 걸로 보이는데, 구매 후 운영비가 덜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전기차 구매가 빠르게 늘어날 걸로 보이기 때문이다. 2차전지 세계 상위 10개사 중 국내 회사가 3개를 차지하고 있고, 엘지화학이 기술력과 점유율에서 1위라는 사실도 2차전지의 매력을 더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전 세계 대형 자동차회사치고 엔진을 스스로 만들지 않는 곳이 없다. 엔진이 자동차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데 이를 만들지 못한다면 그 회사는 자동차의 껍데기를 만드는 곳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전기차에서 2차전지가 가지고 있는 역할은 내연자동차의 엔진만큼이라고 얘기한다. 이런 상태인데 전기차가 대세가 됐을 때 테슬라가 전지를 계속 다른 회사에 맡겨 놓고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금은 시장이 작아 전지를 직접 생산해야 할 필요가 없지만 시장이 커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주가를 판단할 때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먼 미래의 모습을 지금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성장성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오를 수 있지만 현실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에 주가가 다시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종우 주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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